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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환상향견문록/환상향에서 살아남기

10. 환상향에서 즐기는 게임과 스포츠

by 판타스웜 2022. 12. 3.

 환상향에서의 게임과 스포츠는 단순한 유흥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쿠레이 대결계가 만들어진 이후 요괴는 환상향의 인간을 습격할 수 없게 되었다. 게임과 스포츠는 습격을 대체하기 위해 흡혈귀 소동 이전, 스펠 카드 룰을 기반으로 한 탄막놀이가 통용되기 전까지는 나름 사용되었다. 보통 인간에게 되려 너무 유리하거나, 인간과 요괴간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여서 그 한계가 명확했지만, 여전히 늙음을 즐기는 일부 요괴들은 탄막놀이나 그와 비슷한 스포츠보다는 지략과 운을 대결하는 장기, 마작 등의 보드/카드 게임을 선호한다. 우선 이런 게임과 스포츠가 환상향에서 가지는 역할과 그 변화에 대해 다뤄보겠다.

 

 바깥 세계에서 환상향으로 게임과 스포츠가 유입되는 시기는 실제 일본에 게임과 스포츠가 유입되는 시기와 전반적으로 비슷하다. 요괴나 토착민 모두 유흥을 선호하는 성격 때문에 손쉽게 환상들이한 외래인이 알려주는 게임과 스포츠를 받아들였는데, 당연히 이 과정에서 요괴의 사정에 맞춰 규칙이 조금씩은 바뀐다. 규칙을 조금씩 보완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요괴들은 단순히 유흥으로만 여기지 않고, 어떻게 하면 요괴의 인간에 대한 습격을 대체할 수 있을지 궁리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게임과 스포츠의 순수한 재미를 해친다며 동조하지 않는 요괴와 인간도 있기는 하다. 이들은 평소대로 환상들이하는 바깥 세계 사람들을 직접 습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거나, 차라리 이쪽 방향을 개선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비판이 있더라도 차라리 규칙을 둘로 나눴지, 요괴의 인간에 대한 습격을 게임과 스포츠로 대체하려는 노력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가장 먼저 이런 역할이 부여된 게임은 역시 마작, 포커 등의 운을 동반한 도박성 게임이다. 인간에게 충분히 역전의 기회를 주면서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특징 때문에 탄막놀이가 통용되기 전까지는 꽤나 인기가 많은 게임이었다. 하지만 운을 기반으로 하여 발생하는 부조리함 때문에 스스로 화를 못 참고 게임을 내던지고 요괴의 경우 인간을 직접 공격하거나 인간의 경우 요괴한테서 도망치다가 추격당해 죽는 등의 참사가 종종 발생하다보니 야쿠모 일가에서 제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게임과 술식을 연계하여, 패자에게 행동 제한과 내기 강제 이행을 부여했으나, 이 마저도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그나마 해결한 게임은 장기, 체스, 바둑 등의 지략을 기반으로 하는 보드 게임이며, 이는 지금까지도 인기 종목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게임(도박성 게임도 포함)들은 어디까지나 지략을 기반으로 하였기에, 요괴들은 신체를 활용하는 스포츠도 인간에 대한 습격 대체용으로 모색했다. 하지만 바깥 세계 인간 대중에게 인기있는 스포츠, 예를 들어 축구, 농구, 탁구 등은 실시간성이 강했고 이는 요괴에게 너무 유리했기에 대부분 기각되었다. 물론, 이렇게 들여온 스포츠는 단순 유흥용 스포츠로 자리잡았고, 주기적으로 소마을이나 공방 단위로 토너먼트를 열기도 한다. 이렇게 실시간성 스포츠는 인간 습격 대체용으로는 제한이 컸기에 대신 턴제 방식의 스포츠, 예를 들어 볼링, 컬링, 골프, 야구 등이 주목을 받았다. 다만 골프와 야구의 경우 얼마 못 가서 아예 단순 유흥용으로도 못 즐기도록 제한되었는데, 간혹 신들끼리 골프를 칠 때 힘 조절을 잘못하여 환상향 결계를 뚫고 나가는 바람에 환상향의 존재가 들킬 뻔한 적이 있어서 야쿠모 일가보다도 높은 차원에서 금지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흡혈귀 소동으로 인해 요괴의 전투력 보존 및 향상의 필요성이 부각된 이후, 스펠 카드 룰 기반 탄막놀이와 같은 전투력 기반 스포츠가 인간 습격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스펠 카드 룰은 꼭 탄막놀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스펠 카드 룰은 아래와 같다.

 

 - 스펠 카드라는 것은, 자기의 자신 있는 기술에 이름을 붙인 것으로, 사용할 때에는 선언하고 나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

 - 서로의 카드 개수는 결투하기 전에 미리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 소유한 카드가 모두 파괴되면 패배를 인정해야만 한다.

 - 승자는 결투 전에 결정된 보수 이외의 것은 받지 못한다.

 - 상대가 제시한 보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결투를 거절할 수 있다.

 - 승자는 패자의 재결투 요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 예측불허의 사고는 각오해둔다.

 

 이렇게 스펠 카드 룰이 단순히 탄막놀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기에 다른 종목에서도 사용되지만, 가장 부각되는 것은 역시 탄막놀이이긴 하다. 애초에 스펠 카드 룰은 두 전투력의 격차가 큰 개인 간의 탄막 결투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룰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전투력의 격차가 큰 두 개인은 보통은 요괴(강자)와 인간(약자)을 상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무녀(강자)와 요괴(약자)라고 하기도 한다.) 이 탄막 결투는 얼핏 보면 실전성이 없을 것 같으며, 인간 마법사 키리사메 마리사도 탄막 공격 자체가 직선적이지 않고, 속도도 느리며 ‘비효과적’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비슷한 실력자 간의 결투를 상정했을 때만 맞는 말이고, 실제로 약자가 강자와 싸울 때는 그런 효율적인 공격 자체가 유효하지 않기도 해서 탄막 공격처럼 비효율적이어도 실제 유효타를 가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격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비슷한 실제 사례를 들어보자면 현대전의 대전차 지뢰, 크레모아, 화학 병기 등 지뢰류 및 비대칭 전력, 중세의 무겁고 느리지만 강력한 위력과 범위를 자랑하는 전쟁망치 및 할버드류 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막 결투에 대한 비판은 역으로 비슷한 실력자끼리는 유효하기에 스펠 카드 룰을 기반으로 한 육탄전 결투 역시 자리잡기 시작했다. 여기서 스펠 카드 룰은 두 결투자 간의 격차를 줄여주는 역할보다는 실전에 가까운 육탄전에 안전 장치를 부여하는 성향이 더 강하다.

 

 스펠 카드 룰이 자리 잡으면서 환상향에서의 게임과 스포츠는 점점 인간 습격의 대체재보다는 유흥거리로 변하였다. 이렇게 변한 스포츠는 점점 인간과 요괴 간의 내기보다는 인간끼리의 요괴끼리의 친목 도모 수단이 주된 목적이 되었다. 인간 마을에서는 이제 주기적으로 축구, 배구 등 각종 스포츠를 하면서 축제를 벌이는 운동회를 개최한다. 보통 소마을, 또는 공방 단위로 참가를 하며 축제를 구경하러 온 신들은 매번 우승한 소마을과 공방에 조촐하지만 특별한 경품을 하사한다. 오니 사회에서도 종목은 다소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운동회 축제를 진행하고는 한다. 이런 행사를 두고 다른 요괴들도 내기를 하거나, 군것질거리를 판다거나, 진행을 돕거나 하면서 참가한다.

 

 텐구 사회에서의 게임과 스포츠는 다소 다른 측면에서 부각되는데, 첫번째는 단순하게 내부 조직을 단결시키고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이고, 두번째는 텐구 화폐를 유통시켜 텐구 은행의 환상향 내 경제적 영향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전자는 그저 텐구 조직 내에서 다소 딱딱하게 진행하는 운동회 수준이지만, 후자는 나름 바깥 세계의 카지노 등 도박 문화를 외래인의 정보로 얻어내서 벤치마킹하고 환상향 내 전통 게임 문화를 융합한 형태를 하고 있다. 다만 바깥 세계와의 차이점은 이 사업이 어디까지나 화폐를 유통시키기 위한 수단이기에 생각보다 내기 참가자가 이득을 보기는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며(물론 그렇다고 내기에서 이길 확률이 더 높은 것까지는 아니다.), 대신 오로지 텐구 화폐만 사용할 수 있게 하여 자발적인 화폐 환전을 유도하고 있다.

 

<추가본 1>

 최근 들어서 대텐구 이즈나마루 메구무가 유통시킨 어빌리티 카드(각종 존재의 마력이 담겨 있어 그 힘을 어느 정도 쓸 수 있는 카드)를 스펠 카드 룰에 편입시키려는 로비 및 노력이 텐구 사회 지배층에서 보인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상품 판매 및 화폐 유통 외에도 주된 잠재 고객인 인간 사회에 대한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도 있다고 판단된다. 이런 점 때문에 여러 집단이 제각각의 이유로 찬반 여론을 펼치고 있다. 후술할 것은 그 찬반 여론인데, 어디까지나 출처가 직접 조사한 것이 아닌 각종 텐구 신문의 내용을 교차 검증하여 짜집기해본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방향성은 믿을만 하지만 실제 찬반 사유와 정확한 입장에 대해서는 그리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니다.

 

 오니 사회 측은 텐구 사회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환상향은 더더욱 삭막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으며, 요괴들을 위한 절인 묘렌사 측은 어빌리티 카드를 활용한 인간 과격파가 부당한 요괴 사냥을 할 수도 있다며 반대한다. 토요사토미미노 미코를 따르는 선인 무리들은 어빌리티 카드가 각종 주술과 별개로 인간이 환상을 가지는 이능력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고 요괴에 대한 대항력도 키워줄 것이라며 찬성한다. 아쿠모 일가 및 삼현자, 하쿠레이의 무녀 등 환상향의 관리자들은 어빌리티 카드 자체가 환상향의 밸런스에 좋지 않다고 판단하여 이변으로 처리하려 했지만, 막상 이후 월인과의 대립에 대비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그 외 인간 마을이나 약소한 요괴들은 어빌리티 카드가 있을 때 어느 쪽이 더 유리할지 저울질을 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