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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환상향견문록-추가본/보도금지기록서

7. 최초의 인간 대텐구와의 인터뷰

by 판타스웜 2024. 1. 15.

기록 제목: 최초의 인간 대텐구와의 인터뷰

기록 구성

 - 익명의 텐구와 최초의 인간 대텐구에 대한 폭로 인터뷰

 - 최초의 인간 대텐구와의 인터뷰

 - 인간 대텐구에 대한 성인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와의 담화

보도금지 사유: 텐마의 보도 금지 ‘요청’, 이에 대한 일부 마을 주민과 야쿠모 가, 히에다 가문의 피드백 반영하여 보도 금지 처리



기록 1번: 익명의 텐구와 최초의 인간 대텐구에 대한 폭로 인터뷰

기록일시: 20XX년 9월 3일 오후 8시 무렵

장소: 마요이가의 어느 ‘폐가’ 이자카야

 

마요이가의 이자카야는 외관은 어떻게 봐도 폐가지만 밤만 되면 주로 고양이 요괴, 그 외에도 여러 인간형 요수들이 모여 술판을 벌인다고 한다. 익명의 텐구와 취재자 A는 고토쿠지 미케의 주선을 통해 전신을 가리는 망토를 입고 이 이자카야의 특실까지 도착했다.

 

기자 A: 자, 그럼 자동 필기 도구 키겠습니다.

 

익명의 텐구: 그래, 좋아……. 에헴, 고양이 친구는 가봐야 하지 않겠나?

 

미케: 호호, 먼저 거래를 마쳐야죠.

 

미케가 돈을 달라는 손짓을 하자 익명의 텐구가 돈주머니를 던져주었다.

 

미케: 감사합니다. 그러면 편히 이야기를 나누시길. 용무를 마치셨을 때 탁자 중앙에 있는 부적을 찢어주시면 저한테 호출이 올 것이니, 그 때 데리러 오겠습니다.

 

미케는 말을 마치고 방을 나갔다.

 

익명의 텐구: 그래,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

 

기자 A: 먼저 이번 인간 대텐구에 대해 익명으로 폭로하기를 결심한 이유를 알려주시죠.

 

익명의 텐구: 그래야겠군. 음, 먼저 가능하면 제 신분을 숨기고 싶기에 자세한 사유까지는 말 못하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기자 A: 네, 괜찮습니다.

 

익명의 텐구: 거시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분명 하쿠레이 대결계 이후 텐구 사회는 더더욱 환상향에 영향력을 키워가며 강력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텐구들의 불만은 거의 없죠. 문제는 그 발전 과정에서 대부분의 텐구들은 그저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를 믿고 따르고 있지만, 저 같이 중간관리직에 끼어 있는 경우에는 여러모로 지시를 이해하고 다른 텐구들에게 세부 명령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라 자연스레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대해 사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기자 A: 그렇게 생기는 사견과 인간 대텐구 관련 상부 지시와 충돌이 생긴다는 거죠?

 

익명의 텐구: 네, 그렇습니다. 어지간해서는 텐마님과 대텐구님들께서 큰 뜻을 가지고 각종 지시를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먼저 인간 대텐구, 그리고 텐구 공장에 대한 지시를 근래에 보다보면 이게 장기적으로 텐구 사회에 과연 좋을지, 되려 텐구 사회의 위기가 되지 않을지 의심이 들더군요.

 

기자 A: 혹시 어떤 내용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껄끄러우시다면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익명의 텐구: 껄끄럽다기 보다는 여러 사례들이 있고 낱개로 보면 그냥 그런데 다 합쳐보면 좀 불길한 것인지라……. 그러면 몇가지만 예시를 한번 들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과거의 텐구 공장은 어디까지나 텐구 노동자, 그리고 몇몇 캇파 기술자만으로 작동되었습니다. 외부 노동자는 사용하지 않았죠. 하지만 텐구를 노동자로 쓰기에는 기대 임금이 너무 높아서 비효율적으로 높은 임금을 주지 않는 이상 고용하기 어려웠습니다.

 

기자 A: 네, 그렇군요……. B 형 대신 내가 와서 참 다행이네. 처음부터 삼천포로 빠졌겠는걸? 아무튼 계속 이어서 말씀해주세요.

 

익명의 텐구: 결국 공장에서 일하던 텐구들도 텐구 도시에 일감이 적은 것도 아니니까 도시 쪽 서비스업이나 경비대 일자리를 맡게 되었고, 대신 공장에 일하고자 하는 환상향 내 각종 요괴들을 모집하였습니다. 문제는 그냥 일을 시키기에는 요괴들의 성질 상 재산 축적 등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족해서 결국 처음 조금 일하다가 반복 노동이 지겨워서 심심하면 이탈하고 말았죠. 그래서 요괴들을 붙잡아둘 수 있는 방법을 썼습니다. 바로 각종 텐구 세력 내 유흥 시설을 사용하다가 텐구 은행에 빚을 지게 하고 이를 갚으려면 공장에서 일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기자 A: 그런 교활한 수를!

 

익명의 텐구: 잠시만, 요점은 그게 아닙니다. 문제는 그 지시를 누가 내렸냐는 것입니다. 지시 자체는 텐구 은행을 관리하시는 대텐구 이즈나마루 메구무님이시지만, 발안의 경우 그 인간 대텐구가 한 것입니다. 어찌보면 평소 이즈나마루 가문과 어울리지 않는 정책이지만, 당시에는 무슨 생각이 있겠지 싶어서 넘어갔습니다.

 

기자 A: 하긴, 저번에 야쿠모 가에서 일부러 야작식당에 적당한 빚을 지게 하여 사업 확장을 유도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어쩌면 그것을 따라하려 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익명의 텐구: 문제는 인간 대텐구나 공장 관리주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공장 관리주는 새로 ‘고용’된 요괴들에게 생계비는 유지할 수 있지만 빚을 갚는 것은 고작 이자만 갚을 수 있는 수준의 임금만 주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그나마 절약하기 위해 공장 지구에 설치된 거주 시설을 사용하도록 유도했지만, 내부 상태는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기자 A: 텐구 은행과 공장이 통제하고 있는 돈의 노예로 만들어버린 것이군요.

 

익명의 텐구: 초기에는 그냥 ‘사치스럽게 놀다가 빚쟁이들이 된 요괴들이 빚 갚으로 공장에 끌려간 것이다.’라고 여기며 별 문제가 안 되었지만, 이 중에 소수이지만 인간과 오니도 섞여들어가면서 점점 윗선에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는 루머도 돌았습니다. 사천왕이라 불렸던 호시구마 유기가 옛 지옥의 오니들을 이끌고 공장을 습격하려 했지만 그래도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이부키 스이카가 어떻게 말렸다고도 하고, 빚을 다 갚았는데도 어떤 오니는 공장 환경 개선과 노동자 임금 상승을 위해 떠나지 않고 공장 관리인들을 협박한다고 하고 말입니다. 뭐, 어디까지나 루머이지만 확실히 발생한 것은, 몇몇 인간 노동자들이 역사서 등에서 본 것을 활용하여 텐구 공장 내에 노동조합을 만들고 대대적인 파업을 시작하면서 임금 상승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 규모는 텐구 공장 내 70%에 달했죠.

 

기자 A: 그러면 공장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지 않나요? 공장관리 측에서 의견을 들어줬겠네요?

 

익명의 텐구: 그냥 대텐구들끼리 논의했다면 그랬겠죠. 하지만 그 전에 기묘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먼저 텐구 도시 내 서비스업에서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명분 하에 기존 백랑 텐구 종사자들을 해고하고 외부에서 저임금의 요괴들을 고용했습니다.

 

기자 A: 공장에도 안 가던 요괴들이 서비스업에는 가나요?

 

익명의 텐구: 공장 일은 직접 일하지 않아도 힘들어보이고, 서비스업은 덜 힘들어보인다는 편견을 활용한 것이지요. 그리고 돈을 잘만 모으면 텐구 도시 내에 가게를 열수 있다는 희망도 주면서 그들을 끌어모으는 것입니다. 딱 들어맞는 사례는 아니지만 비슷하게 야작식당 건도 있고요.

 

기자 A: 이것도 설마 인간 대텐구의 계획이라 보시는 것입니까?

 

익명의 텐구: 네, 하지만 전체 이야기를 들어보셔야 할 것입니다. 서비스업 이야기 외에도 경비대에서 전투 능력 조건 미달자를 전역시키는 절차를 밟았는데, 이 때 특히 본래 적당히 시험보고 넘기는 것을 유독 엄격하게 시험을 치뤄서 적지 않은 백랑 텐구를 실업자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파업이 발생하자 공장관리 측에서 파업에 가담한 노동자 중 2/3을 자르고 빈 자리 일부를 실직한 백랑 텐구로 메꿨습니다. 이들은 기존 노동자들보다 더 높은 급여를 받았고, 거주 환경 역시 출퇴근제를 보장해주었습니다.

 

기자 A: 그리고 두 노동자 그룹 간에 갈등을 심는 것이군요.

 

익명의 텐구: 바로 알아채는군. 그렇습니다, 백랑 텐구 측에서 결성한 노조는 파업하는 반대편 노조를 파업하느라 일도 제대로 안 하면서 급여를 타간다며 비난했습니다. 파업하던 기존 요괴 노동자 측 노조는 조직 차원에서야 당연히 비난에 대해 반박하면서 파업의 정당성을 외쳤습니다. 하지만 조직 내 개인 차원에서는 백랑 텐구와 공장관리 측의 협박과 회유에 넘어가 약간의 급여 상승을 보장받은 채 이달하는 노동자들이 점점 늘어났고, 결국 몇몇 끝까지 남아있던 조합원들이 대규모의 손해배상비를 빚진 채 파업하던 노조는 와해되었습니다. 참고로 얼마 안 지나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가성비 좋은 생산품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시중 생산품 가격을 소량 내리고 백랑 텐구 노동자들의 급여를 내렸습니다.

 

기자 A: 이게 그럼 모두 그 인간 대텐구가 유도한 것이라는 건가요?

 

익명의 텐구: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많은 지시가 그 인간 대텐구보다는 텐구 경비대장과 공장관리주로부터 내려왔는데, 세부적인 지시 변경에 대한 것은 전부 다 인간 대텐구가 발안했습니다. 텐구 경비대장과 인간 대텐구가 서로 약혼한 사이라는 건 그렇다 쳐도 매출표에만 집착한다는 공장관리주가 굳이 외부자인 인간 대텐구의 명령을 적극적으로 듣는 것을 보면 아마 상하 관계는 아니더라도 인간 대텐구의 컨설팅을 받는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기자 A: 그런데 텐마님과 대텐구들, 아니, 야쿠모 가 등 다른 요괴들이 이런 일을 그저 방관하고 있는 건가요?

 

익명의 텐구: 일단 텐구 사회에 속하지 않은 외부 세력들은 아직 인지를 못했거나 인지했어도 어떻게 대응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을 겁니다. 빚을 갚으려고 ‘자발적으로’ 노동자가 된 것이니 명분도 불분명하고, 무엇보다 당장 텐구 공장과 텐구 사회가 환상향 내에 주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으니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일 것입니다.

 

기자 A: 그러면 텐마님과 대텐구들은요? 아까 말씀하신 대로면 은행을 관리하는 이즈나마루 가문은 이런 일에 대해 반대하는 편인 것 같은데요.

 

익명의 텐구: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비록 낯선 상황에서 낯설게 대응하긴 했지만 나름 공장에서 돌아가는 일을 막으려고 은행 측에서 여러 활동을 했습니다. 공장 측의 은행 이용 금지 명령이라든가, 각종 장물 매입을 통한 텐구 화폐 지급 및 빛 상환 허용이라든가 말입니다. 이는 나름 공장관리 측에 압박을 주었고 공장 노동자들의 부담을 줄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장관리 측의 행동은 결국 텐마님이 허용한 것이어서 이즈나마루 가문의 대응은 취소되었습니다.

 

기자 A: 텐구님은 이 정황이 텐구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 보신 거죠?

 

익명의 텐구: 맞습니다. 이런 방침은 단순히 환상향 내 다른 세력과의 마찰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같은 텐구인 백랑 텐구 노동자들마저 점점 노예화하는 것입니다. 저는 아무리 텐구가 다른 요괴들에게 간사하다느니, 음침하다느니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알지만 텐구 사회 내 개인도 아닌 텐구 사회 중 일부분을 해치는 결정을 의도적으로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분명 그 인간 대텐구의 계략이 틀림 없습니다.

 

기자 A: 네, 그러면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익명의 텐구: 후, 나름 깔끔하게 정리해서 말하려다 보니까 좀 힘들구나. 같이 오래 있어봤자 좋을 거 없으니 얼른 이 방에서 나가고 흩어지자.



기록 2번: 최초의 인간 대텐구와의 인터뷰

기록일시: 20XX년 9월 5일 오후 2시 무렵

장소: 텐구 중앙 보도실 동부 스튜디오

 

빈 스튜디오에서 카라스텐구들이 인터뷰를 위한 의자와 탁자, 다과 등을 준비하고 있다.

기자 B는 자동 필기 도구를 세팅한 뒤 서쪽 인간 마을 촌장이 준 쪽지를 다시 한번 펴서 읽은 후 신속히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어렵겠지만 부디 아야카가 다시 인간 마을로 돌아올 수 있도록 어떻게 잘 설득해주시오. - 서쪽 인간 마을 촌장 카즈야 -”

 

스튜디오 세팅이 끝난 후, 카라스텐구들이 모두 방을 떠났고 바로 인간 대텐구 아야카와 경비병 백랑 텐구 둘이 따라들어왔다.

 

백랑 텐구: 정보국장 카게마츠 아야카님 납시오!

 

방에 들어와 자리에 앉은 인간 대텐구는 다른 텐구와 달리 평범하되 고급스러운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다만 특이한 점은, 등에 선녀마냥 둥둥 떠다니는 천장식이 있는데, 선녀의 그것보다는 카라스텐구의 새날개를 흉내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야카: 오랜만이군요, B 씨. 그런데 원래 인터뷰할 예정이었던 기자분은 A 군 아니었나요?

 

기자 B: 사정이 있어서 말이죠.

 

아야카: 사정이라…….

 

기자 B: 그나저나 인간 마을에 있을 무렵보다 더 건강해보이는군요. 정보국장이 되고나서 일이 더 많아지지 않았나요?

 

아야카: 그렇죠. 밤 늦게 일할 때도 종종 있지만 그래도 꾸준히 운동도 하고 건강한 식단도 챙길 수 있으니까요. 제가 그래도 도시 체질이었는지 텐구 도시에서 사는 게 더 편리하긴 해요. 의외로 인간 거주민을 위한 편의 시설도 잘 되어 있고요.

 

기자 B: 그렇군요…….

 

기자 B는 인간 대텐구의 답변에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도시에서만 살아온 외래인 입장에서 텐구 도시에 여러모로 편리한 요소가 더 많긴 하지만 그래도 보통은 인간 마을에서 건강과 평안을 챙기기 더 좋긴 하다. 인간 마을에서 살다 텐구 도시로 넘어간 많은 인간 기술자들도 도시의 쾌락 때문에 텐구 도시를 더 선호하지만 인간 마을에 있을 때 훨씬 건강하고 삶이 안정되어 보였다.

 

그런데 인간 대텐구, 카게마츠 아야카는 되려 인간 마을에 있을 때 뭔가 불안을 느끼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고 서쪽 인간 마을 사람들에게 들었다. 그런데 텐구 도시에서는 훨씬 평온하고 건강해 보인다니, 시간이 지나 불안 증세가 나은 걸까? 대텐구라는 직위가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는 걸까? 아니면 그저 약혼까지 한 연인이 있다는 것으로 행복을 느끼는 걸까?

 

아야카: 그런데, 슬슬 인터뷰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죄송하지만 저녁에도 할 일이 있어서요.

 

기자 B: 아, 네, 그렇죠.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모두가 가장 궁금해 할 법한 사안인데, 어떻게 인간 신분으로 대텐구가 될 수 있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아야카: 먼저 텐구 도시로 이주하게 된 사유부터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본래 저는 바깥 세계인 도쿄에서 환상들이하여 인간 마을에 정착하게 된 외래인이었습니다. 서쪽 인간 마을에 살면서 마을 주민들과 협동하면서 논밭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죠. 당시 생활은 여유롭다 못해 한가했으며 바깥 세계와 달리 먹고 자는 일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죠. 음식이나 놀거리 종류가 그나마 좀 덜 다양해서 아쉬웠다 정도네요. 아, 의외로 의류는 더 다양하고 풍족했어요. 그래서 축제나 모임 때 자주 다른 옷을 입고 가기도 했죠.

 

기자 B: 그런데 인간 마을을 결국 떠나셨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아야카: 이유라……. 아무래도 모험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농사도 사회에 중요한 근간이 되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 나름의 특기나 지혜를 살리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텐구 도시 내 뮤직 바에서 음악 공연을 시작했었죠.

 

기자 B: 공연은 인기가 많았나요?

 

아야카: 인기가 없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인기가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만족스러웠어요. 인간 마을에 살 때보다 살림은 좀 불안정적이었지만 일이 좀 더……. 즐거웠어요. 아, 그리고 그렇게 공연을 하다가 카이토를 만났어요.

 

기자 B: 카이토면 그 약혼자를 말하는 건가요?

 

아야카: 네, 리키마루 카이토, 당시에는 직위가 높은 카라스텐구였지만 아직 대텐구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텐구 사회의 규율 상 약혼은 커녕 연애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어요. 계급이 서로 달라도 텐구 간 연애는 어려운데 하물며 특별한 능력도 없는 인간과 텐구의 연애란 함부로 입에 올리기도 어려웠죠. 우리는 그렇게 밀회하다가 카이토가 대텐구가 되어 경비대장이 되었을 때 공개적으로 연애할 수 있게 되었죠.

 

기자 B: 그렇군요…….

 

기자 B는 아야카가 약혼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 표정이 유독 부드러워지고 따뜻해지는 것을 알아챘다. 이전까지만 해도 인간 대텐구는 겉으로는 온화해 보여도 말과 눈빛에 냉철함과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기자 B가 생각하기에는 아야카에게 있어 약혼자는 진심으로 소중한 존재일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

 

기자 B: 그런데, 정보국장님은-

 

아야카: 아, 그냥 편하게 카게마츠라 불러도 됩니다. 곧 리키마루 아야카가 되겠지만 말이죠.

 

기자 B: 네, 카게마츠님은 결국 어떻게 대텐구가 되실 수 있던 것이죠? 애써서 텐구 도시에 정착하고 대텐구가 된 경비대장님과 공식적으로 연애도 인정받고 약혼도 하게 된 것은 알겠습니다만, 그렇다고 그것만으로는 대텐구가 되고 정보국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아야카: 호호호, 그렇죠. 설령 대텐구의 가족 신분으로 각종 텐구 조직의 주요 시설에 입장은 가능해도 그것만으로 대텐구가 될 수 있지는 않죠. 실은 카이토와 둘이 밀회할 때 종종 카이토가 자신의 일에 대해 고민거리를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 몇번 제가 조언을 했고, 그게 성공적이었답니다. 대텐구가 된 후 카이토가 제 조언에 대해 텐마님께 이야기하자 텐마님께서 정보국이라는 새 기관을 만들어서 저를 대텐구로 임명하셨습니다.

 

기자 B: 그 조언이란 게……. 텐구 공장에서 어용 노조를 만들어서 노동자들끼리 갈라치기 하는 것 같은 것입니까?

 

기자 B의 갑작스런 도발 질문에 아야카는 별 표정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마치 예상이라도 했듯이 스튜디오 안의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아야카: ……. 경비원, 잠시 나가있도록. 문 앞에서 대기하세요.

 

두 백랑 텐구가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정보국장이 입을 열었다.

 

아야카: 역시 그 일 때문에 온 것이군. 아무도 안 듣고 있으니 빙 둘러서 말하지 말고 바로 물어보고 싶은 것을 물어보세요.

 

기자 B: 당신이 텐구 도시로 넘어가서 대텐구가 되고 정보국장이 되었다는 소문이 들리면서부터 빚이 있다는 명분으로 많은 요괴들, 심지어 인간 마을 주민들도 텐구 공장에 끌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텐구 조직 뒷편에서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고, 당신을 사용하는 텐마의 진의가 뭔지 알아내고자 합니다.

 

아야카: 어머, 이미 다 알고 있지 않나요? A군이 마요이가에서 다 들었을텐데?

 

기자 B: 역시 추적당한 건가……?

 

아야카: 안타깝지만 정보국이 그 정도로 유능한 건 아니에요. 다만 밀고할 법한 녀석을 추려내서 녀석의 거동을 조사하는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아요. 뭐, 애초에 기밀사항 같은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죠. 거창한 음모처럼 말하지만, 결국 그저 텐구 공장을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했을 뿐이니까요. 그러다가 노동자들끼리 의견이 불일치해서 싸움도 나고 한 것이고요.

 

기자 B: 효율적인 운영이라고? 당신은 바깥 세계에서 쓰는 자본주의 논리를 들여오면서 평온하던 환상향에 임금노예를 만드려고 하고 있어!

 

아야카: 그래,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바깥 세계에서 온 당신 같은 몇몇이야 내가 사람을 도구로 취급하는 시스템 요소를 텐구 사회에 정착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하지만 나머지, 환상향에서 평생을 살아온 요괴들, 아니 인간들조차도 어떨까? 그저 텐구 사회 발전에 중요한 조언과 발안을 제시하는 훌륭한 지략가로 볼 뿐이지.

 

기자 B: 인간 마을 주민들을 바보 취급하고 있군.

 

아야카: 뭐, 어쨌든 텐구 사회의 중심은 텐구와 요괴의 산 요괴들이니까.

 

기자 B: 텐마는 당신의 속셈을 알고 있는 겁니까?

 

아야카: 무리지어 하늘을 누비는 텐구들의 우두머리이신데 당연히 알고 있겠죠. 애초에 저는 텐마님이 갈망하는 텐구의 번영을 위해 손에 안 닿는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일 뿐이랍니다. 텐구 공장 노동자들을 ‘임금노예’로 만드는 것 자체가 저한테 무슨 특별한 유흥거리라도 될 리가 없잖아요. 저는 그저 제 지략으로 대텐구 자리를 인정받고 카이토와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인 걸요.

 

기자 B: 맙소사……. 약혼자와의 관계 유지야 그렇다 치고 하나 물어보죠. 왜 인간 마을을 떠나서 이렇게 하는 거죠? 카즈야 촌장님 말대로면 텐구 도시로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마을 사람들과 화목하고 즐겁게 지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당신이 종종 불안 증세를 보였다고 했습니다.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왜 마을을 떠난 겁니까?

 

아야카: ……. 앞서 말한 도시에서 살고 싶었다 같은 건 안 믿을 모양이군요. 좋아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지만 당신이 납득할 정도만큼은 털어놓아보죠. 당신이나 마을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이상향’으로부터 왜 도망쳤는지. 바깥 세계에서 제가 살아왔는지 마을에서 들어서 대략 알죠?

 

기자 B: ……. 성매매 종사자였다는 것은 들었습니다.

 

아야카: ‘성매매 종사자’, 하! 당신 같은 운동권 출신이 택할 법한 표현이군요. 그래요, 나는 매춘부였어요. 제대로 돈도 못 버는 어머니 밑에서 간신히 입에 풀칠하면서 자라왔는데 결국 어머니가 고등학생인 날 버리고 도망쳐버렸죠. 남긴 편지가 가관이었어요. ‘난 할 만큼 다 했다.’ 꼴에 고등학생 될 때까지는 키웠다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알바로 어떻게 버텨보려고 했지만, 그래도 학교는 계속 다니고 싶어서 결국 몸을 파는 것을 선택했죠.

 

아야카: 학생 때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본격적으로 포주한테 영입당해서 그쪽 업계에 종사하게 되었어요…….. 이젠 진짜 그 시절 당한 것들만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오는군. 당신은 이런 주제에 대해 세미나도 하고 ‘공부’했을 테니까 굳이 더 말하지 않아도 되겠죠?

 

기자 B: 네……. 괜찮습니다. 그래서 결국 환상들이하여-

 

아야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예요. 인간 마을에서는 어떤 놈들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말하지 않았지만 단순히 매춘부로 살다가 험한 꼴을 당해서 환상들이한 것은 아니예요. 그랬다면 고졸에 기술도 배우지 않은 머리로 텐구 조직의 정보국장 같은 것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죠. 비록 엿 같은 상황이어도 동료 매춘부랑 포주 놈들 비위 맞추고, 때때로는 더 위에 있는 야쿠자 같은 놈들에게 밀고하기도 하면서 어떻게 ‘고급 매춘부’가 되어 ‘높은 사람’들을 접대하기 시작했어요.

 

아야카: 처음에는 중소기업의 사장 아들 같은 돈 많은 얼간이들을 상대했죠. 흥, 부모 잘 타고나서 편하게 사는 주제에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놈들……. 하지만 녀석들이 내 ‘인생 성공’의 중요한 발판이 되었죠. 그거 아시나요? 회사 기밀이라고 절대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작 매춘부들은 쥐뿔도 모르겠지 하면서 떠벌대는 사람들도 많다는 거요. 뭐 기술적인 거야 실제로 그렇지만, 그래도 따라 외워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정도는 가능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M 그룹의 회장 아들을 접대하게 되는 큰 기회가 생겼는데, 그 때 어쩌다 앞서 상대한 녀석의 소기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암기한 기밀을 전해줬죠. 그렇게 나는 단순 매춘부가 아닌 M 그룹의 ‘뒷쪽 정보원’이 되었어요. 말이 정보원이지, 정작 하는 거라고는 몸을 팔면서 기밀을 추출해보거나, 윗사람들끼리의 정보 전달책이 되는 정도였지만 말이죠.

 

아야카: 그 때부터 나는 포주들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어요. M 그룹에 걸리적거리는 기업의 기밀 수집을 할 때까지는 포주들은 저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야 했죠. 결국 저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저는 포주들과 연을 끊고 M 그룹 관계자들만 독립적으로 ‘접대’ 일을 하는 ‘때늦은 연예인 지망생’이 되었죠. 이쯤 되면 돈은 충분하다 못해 넘쳐날 정도였어요. 매춘을 하면서 각종 지병이 생겼지만 그래도 치료와 약은 걱정 없이 받을 수 있었고, 상류층으로부터 어깨너머 경영술과 정치에 대해 배울 수도 있었죠. 무엇보다 값비싼 음악 교육을 받을 수도 있었어요. 어쩌면 잘만 하면 진짜 음악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꿈도 생겼죠. 하지만…….

 

기자 B: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야카: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 수도 있었는데,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된 거죠. M 그룹은 나와 연이 있던 포주들은 물론 다른 야쿠자들도 동원해서 날 죽이려고 들었어요. 그래도 칼이나 독극물에 죽고 싶지는 않아서 저는 여기저기 도망치면서 결국 어느 숲 속에 숨었는데, 그렇게 얼떨결에 환상들이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야기는 당신도 다 아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죠.

 

기자 B: 그렇다면 인간 마을을 떠난 건 역시 상대적으로 누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차이-

 

아야카: 그럴 리가 없잖아요. 텐구 ‘도시’라 해도 도쿄만큼 각종 다양한 유흥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삶의 안정성만 따지면 지금 인간 마을이 텐구 도시는 커녕 도쿄에서 풍요롭게 살 때보다도 안정적이에요.

 

기자 B: 그럼 도대체 왜 인간 마을을 떠난 거죠?

 

아야카: ……. 인간 마을의 인간들이 싫었으니까.

 

기자 B: 네?

 

아야카: 인간 마을의 인간들이 내 지병과 출신을 알고 선의를 가지고 하하호호 거리면서 배려해주는 게 싫었다고요.

 

기자 B: 하지만 바깥 세계의 포주 놈들이나 대기업 놈들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요?

 

아야카: 진짜 그 밑바닥 놈들하고 비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건 당연하죠. 아니, 하지만 그런 놈들은 철저하게 밟아줄 수만 있다면 함부로 기어오르지 않지. 어떤 의미로는 더 편했던 것도 있네요.

 

기자 B: 그런…….

 

아야카: 그래요, 좀 더 와닿게 농사 일에 이야기해보죠. 그거 아시나요? 환상향에서 전근대 수준의 도구로 농사를 짓는다는 게 바깥 세계에서 환상들이한 여성, 그것도 온갖 지병을 달고 살던 전 매춘부 입장에서 무진장 힘든 일이라는 거?

 

기자 B: 그렇죠. 하지만 그래서 인간 마을에서 재화를 분배할 때 노동의 성과를 따지지 않고 필요한 만큼 분배하잖아요?

 

아야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내 몸은 이미 걸레짝이 되어서 제대로 밭일도 못하는데 인간 마을의 여자들은 어지간한 바깥세계 남자보다도 건강하게 자라서 내가 못하는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는 ‘그럴 수도 있어. 괜찮아. 우리는 널 이해해.’ 같은 표정이나 짓고 있다는 거예요.

 

기자 B: 네? 고작 그것 때문에-

 

아야카: 평생 따뜻한 집에서 돈 걱정 없이 살아온 주제에 아는 체 하지마!

 

기자 B: …….

 

아야카: 고작 그것 때문이라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상냥하게 대우받아도 결국 내가 짐짝, 기생충이라는 결말에 다다르는 기분이 뭔지 알아? 인간 마을에 있는 한, 나는 평생 ‘창녀였던 사람’, ‘지병으로 골골대는 병자’로 살게 돼!

 

인간 대텐구, 아야카는 폭발한 신경질을 천천히 가라앉히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야카: 하지만 텐구 도시에서는 그렇지 않아. 아무리 병으로 고생하고 맥아리 없어도 나는 어디까지나 ‘인간’. ‘인간이니까 힘이 약한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야.’ ‘인간인데 괜찮은 공연을 하더라고.’ ‘인간인데 지략으로 텐구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니 대단해!’ 텐구 도시에 사는 인간이니까, 텐구 조직의 인간 대텐구니까, 카이토의 인간 약혼자니까, 나는 오롯이 ‘인간’이 될 수 있어.

 

스튜디오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야카: 경비병!

 

백랑 텐구: (밖에서 들어오면서) 네!

 

아야카: B님과 인터뷰가 끝났으니 잘 모시고 인간 마을에 데려다 주어라.

 

백랑 텐구: 네! 이쪽으로.



기록 3번: 인간 대텐구에 대한 성인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와의 담화

기록일시: 20XX년 9월 7일 오후 7시 무렵

장소: 몽전대사 도관(道觀)

 

남쪽 인간 마을 외곽, 묘렌사와 떨어져 있는 곳에 몽전대사 도관이라 불리는 도교 사원에 적지만 실력 있는 도사들이 정기적으로 모인다고 한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도관에는 인간 마을의 네 촌장과 기자 B, 그리고 도사 이치카가 모여 있었다. 도사 이치카는 분명 피부나 머릿결을 보면 칠순을 넘긴 할머니였지만 자세나 눈빛은 아직도 청년이 연상되었다.

 

도사 이치카: 저기 B, 진심으로 미코 성인님의 말씀을 자동 필기 도구로 기록할 생각인가?

 

아직 30대가 되지 않은 동쪽 마을 촌장 타오도 맞장구 쳤다.

 

타오: 맞아요, 미코 성인이 뭐라 안 해도 그를 추종하는 방화범 꼬맹이가 난리칠 것 같은데.

 

도사 이치카: 타오, 네 이놈! 미코 성인님은 물론이고 모노노베님에게도 예의를 갖추어야 하거늘!

 

도사처럼 늙었지만 실제로 허리도 구부정한 할머니인 북쪽 마을 촌장 사라사가 성난 도사를 말렸다.

 

사라사: 참아, 이치카. 타오가 외래인이다 보니까 미코 성인님 같은 분에게 예의를 차리는 게 아직 어색한가보지.

 

도사 이치카: 뭐라는 거야, 사라사! 이제 마을 촌장으로까지 선출된 놈이면 그런 기본적인 예절은 지킬 줄 알아야지!

 

타오: 흥, 미코 성인님은 그렇다 쳐도 그런 왈가닥 놈에게 왜 예의를 차려야 하는 것인지…….

 

도사 이치카: 이 놈이!

 

카즈야: 거 적당히들 좀 하쇼! 무슨 소풍 나온 줄 알겠네.

 

도사나 북쪽 마을 촌장처럼 늙었지만 조금 더 젊은 듯한 서쪽 마을 촌장이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그의 반응에 가장 연장자인 남쪽 마을 촌장 히로토 역시 동조했다.

 

히로토: 맞는 말입니다. 지금 우리가 미코 성인님의 지혜를 빌리러 온 것은 단순히 어떤 마을 주민의 일탈 문제를 직면해서가 아닙니다. 환상향 전체의 질서를 위협할 수도 있는, 이례적으로 특별히 ‘제거 수법’으로 접근해야 할 수도 있는 불화의 씨앗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카즈야: 잠깐만요, 히로토 형님. ‘불화의 씨앗’이라니 거 무슨 위험한 소리를 하는 겁니까? 우리 지금 같은 마을 주민이었던 아야카, 같은 인간에 대해 말하는 거 맞죠?

 

히로토: 불화의 씨앗이라고 말을 하는 거지 인간 취급을 하지 말자는 건 아니지.

 

카즈야: 그러면 ‘이례적인 제거 수법’은 뭡니까? 죽이자는 걸 돌려 말하는 거 아닙니까? 마을 총회의 논의도 없이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섣불리 말할 수 있는 겁니까?

 

히로토: 아니, ‘제거’가 꼭 그런 방법만 있는 것도 아닌 거고, 솔직히 그녀의 위협을 생각하면 좀… 과격한 수단도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거 아닌가?

 

카즈야: 말도 안 되는 소리! 진심으로 하는 소리입니까?

 

히로토: 카즈야, 머리 좀 식히고 들어보게나…….

 

갑자기 두 촌장 간 뜨거운 논쟁이 오고가는 사이, 기자 B는 먼저 도사가 질문한 것에 답했다.

 

기자 B: 가능하면 자동 필기 도구 사용을 위해 양해를 구하고 싶은데 어떻게 안될까요? 어차피 보도용으로 쓸 것도 아니고 기록용으로 쓰고 싶어서요.

 

도사 이치카: 흠, 아무래도 모노노베님께 확인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허락해주실지 모르겠구만. 뭐 추가 공물을 납부하면 어떨까 싶은데.

 

기자 B: 추가 공물이라니……. 음, 이 손목시계면 될까요? 나름 유명 브랜드 시계인데.

 

도사 이치카: 매번 차고 다니던데 소중한 물건이었던 게 아닌가?

 

기자 B: 아뇨, 유용한 현대문물이긴 합니다만 필수품은 아니라서요. 환상향이 시간에 빡빡하게 엄격한 곳도 아니고.

 

도사 이치카: 그럼 한번 여쭤보도록 하지.

 

기자 B: 아, 근데 쓸데 없이 궁금한 거긴 한데요, 성인님들은 몽전대사묘에 살고 계신 것 아니었나요? 왜 이런 외진 사원에서 만나는 거죠?

 

도사 이치카: 뭐, 몽전대사묘와 신령묘가 미코 성인님께서 소중히 여기시는 곳이라 거기서 살고 계시긴 하지만, 아무래도 실제 도교 활동을 하려면 묘렌사 밖인 공간이 나으니까 그렇지. 묘렌사 녀석들이 그렇다고 절을 옮기거나 묘를 밖으로 꺼내도록 협조해주는 것도 아니고.

 

기자 B: 그렇군요. 여러모로-

 

기자 B가 말을 마치기 전에 허공에서 성인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와 그를 보좌하는 모노노베노 후토, 소가노 토지코, 그리고 그 외 몇몇 도사가 등장했다.

 

후토: 성인 토요사토미미노 미코 납시오!

 

도사 이치카가 먼저 무릎을 꿇은 후, 모두에게 손짓을 하자, 각자 하던 논쟁과 대화를 멈추고 도사가 하는 대로 예의 를 갖추었다.

 

도사 이치카: 미코 성인님, 환상향의 인간 마을 사람들이 환상향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인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인님의 지혜를 구하고자 여기 무릎 꿇고 예를 다합니다!

 

미코: 후후, 왁자지껄한 인간 마을 사람들을 인솔하느라 고생이 많구나, 이치카. 그런데 저 기구는 뭐지? 자동 필기 도구라는 그건가?

 

도사 이치카: 아, 네, 그렇습니다. 마침 저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뒤에 있는 기자 B가 어떻게든 성인님의 말씀을 글로 남기고 싶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추가로 이 성의를 보이니…….

 

시해선 후토가 도사 이치카가 내밀고 있는 손목 시계를 보려고 하자, 성인 미코는 이를 말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미코: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딱히 초월적인 지혜를 토대로 이야기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저 내가 생전 야마토를 다스릴 때 익혔던 인간에 대한 지혜를 기반으로 가볍게 상담할 만한 주제기에 편하게 자동 필기 도구를 사용해도 된다. 오히려 내가 직접 작동하는 것을 구경하고 싶군.

 

도사 이치카: 감사합니다, 미코 성인님.

 

미코: 자, 그러면 먼저 고민거리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듣고 싶구만. 누가 이 이야기를 전할 것이지?

 

기자 B: 저입니다, 미코 성인님. 제가 문제가 되는 인간 대텐구, 아야카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미코: 그러면 이야기를 읊어보거라.

 

기자 B는 성인 미코에게 인간 대텐구와 나눴던 대화를 입으로 전했다. 미코는 이야기를 다 들은 후,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답했다.

 

미코: ……. 그래서 인간 대텐구가 되어 환상향에 혼란을 일으키는 아야카라는 여자를 카즈야는 다시 회유하여 인간 마을로 돌아오게 하려는 것이고, 이와 달리 히로토는 그러기에는 너무 위급하니까 ‘제거’하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지?

 

카즈야: 네, 그렇습니다. 미코 성인님, 부디 아야카를 인간 마을로 돌아오게 할 방안을…….

 

미코: 미안한 이야기지만 카즈야의 방안은 현실성이 없군.

 

카즈야: 뭐, 뭐라고요?!

 

미코: 하나씩 다시 짚어보자고, 카즈야. 너도 그렇고 서쪽 마을 사람들도 그렇고 최대한 아야카를 같은 마을 주민으로서 존중하고 배려하고 대우한 걸로 알고 있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긍정적인 태도를 되려 자신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행위로 인식하고 자신을 되려 ‘인간’이라고 일반화해버리는 요괴들의 도시로 이주했지. 그녀가 바깥 세계에서 살아온 환경까지 고려하면, 그녀는 너무나도 인간 소외가 만연한 사회에 길들여진 나머지, 진심을 담은 서쪽 마을 사람들의 선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 소외되는 길을 택한 것이지.

 

카즈야: 그, 그렇다 쳐도 우리가 계속해서 그녀와 어울려서 마음을 열게 할 수 있다면…….

 

타오: 그건 그 사람이 사회에 적응 못하거나 불만을 품고서 사고를 칠 때나 이야기죠. 예를 들어 아야카라는 그 여자가 계속 자신을 인간 마을의 일반적인 기준과 비교하면서 자기혐오와 불만이 생겼다고 쳐요. 그래서 그 사람이 온갖 즉흥적인 난동을 피우고 다닌다고 쳐요. 그런 정도면 좀 피곤하고 힘들긴 해도 어떻게 그녀가 다시 마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할 수 있겠죠.

 

카즈야: 그래, 그럴 수 있지. 아야카가 설령 우리 마을 회관에 불을 질렀다 쳐도 우리가 좀 더 노력했다면 그녀의 고통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마을 안에 바깥 세계에서 성매매 일에 종사해야 했던 사람들도 좀 있으니까 다 같이 모임을 만들어서 서로 이야기를 하면……. 아니, 하지만 그렇게 한다 쳐도…….

 

미코: 역시 당신도 알고 있는 거군. 그래, 아야카가 만약 그저 인간 마을에 적응하기 힘든 것이면 그런 극단적이어도 우발적이고 단순한 사고를 쳤기만 했겠지. 하지만 실제로 그녀가 인간 대텐구가 되어 하는 일들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 바깥 세계의 자본주의 체제가 만인에게 매일매시매초 자극하는 정복욕과 소유욕……. 그녀는 명확하게 그것에 홀려 있다고 봐야겠지. ‘인간’이라는 상대적으로 ‘하등한 신분’ 출신이 이제는 강력한 요괴들을 자신의 하수인으로 부린다, 실로 계급 사회에서 낭만적인 이야기 아닌가?

 

사라사: 게다가 그녀는 텐구 경비대장과 사랑하는 사이죠? 그와 약혼하기 전이면 모르겠다만, 이미 마음을 굳힌만큼 아야카를 인간 마을로 되돌아오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극단적으로 아야카를 ‘제거’하느니, 앞으로 환상향을 위협할 계략은 하지 않도록 그녀를 설득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히로토: 하지만 미코 성인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인간 대텐구는 이미 정복욕과 소유욕에 홀려 있다고. 그녀가 더 큰 위협이 되기 전에 제거해야…….

 

사라사: 히로토, 자꾸 제거 제거 하는데, 인간 대텐구를 제거한다면 어떻게 할 셈이야?

 

히로토: 어떻게 제거하냐고? 그건……. 일단 인간 대텐구는 어디까지나 인간이니까 어떻게 기회를 노려 저격하면-

 

사라사: 삼엄한 텐구 경비대의 감시를 뚫고 저격하겠다고? 그게 말이 돼? 아니, 저격에 성공했다고 치자. 그러면 대텐구가 인간에게 죽은 건데 텐구들이 가만히 있겠어? 요괴들이랑 전면전이라도 하자는 거야?

 

타오: 그렇게 되면 오니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인간 마을 편을 들어준답시고 참전은 하겠다만…….

 

도사 이치카: 참고로 그렇게 되면 인간 대텐구가 환상향의 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 문제가 아니라 진짜로 환상향 전체가 오니와 텐구 간의 전쟁 속 불바다가 될 수 있어.

 

히로토: 윽…….

 

미코: 문제는 다들 히로토의 과격함을 매도하고 있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환상향을 전쟁터와 불바다로 만들어서 환상향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선택지도 있다는 것이지.

 

미코 성인의 충격적인 발언에 인간들은 모두 놀란 듯 하다.

 

미코: 예상하지 못한 답변인가보군. 인간 마을, 인간 기준에서는 정신나간 소리처럼 들릴 수 있지. 하지만 애초에 환상향의 목적은 인간이 발전하면 쏟아내는 새롭지만 냉혹한 문명으로부터 예스럽고 따뜻한 문화를 보존하는 것. 따라서 환상향이 바깥 세계의 자본주의적 질서에 ‘오염되게’ 방치하느니 아예 어떻게 요괴와 인간 각각 108명씩 살리고 환상향을 리셋해버릴 수도 있는 셈이지.

 

사라사: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삼현자가 그리 판단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까?

 

미코: 인간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용왕’이 그리 판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

 

사라사: 맙소사…….

 

미코: 뭐,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을테니……. 그래도 현 상황을 최대한 억제하는 법을 알려주마. 먼저 가장 기본적인 것은 그래도 사라사가 말한 것처럼 최대한 아야카를 회유해서 적어도 위험한 계략을 펼치지 않도록 권유하는 것이지.

 

히로토: 하지만 그걸 텐마가 방관할 리가 있을까요? 텐마는 어떻게든 인간 대텐구로부터 바깥 세계의 계략을 쥐어짜낼 것입니다.

 

미코: 그렇지. 그래서 두번째 방안은 그런 계략이 최대한 효과가 없도록 ‘반텐마파’끼리 결집해서 행동해야 하지. B가 이야기했듯이 그래도 텐구 조직 내에서 이즈나마루 가문 등 몇몇 텐구 무리는 텐마의 현 방향성에 의문을 품고 있을테니 어떻게 텐마의 계략을 막는 데에 협조할 수 있겠지. 텐구 조직 밖으로는 오니들이나 야만바들처럼 텐마의 계략을 싫어할 법한 요괴들도 많지. 문제는 텐구 자체를 싫어하는 것도 있어서 자칫하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제 아무리 음흉한 계략이어도 먼저 간파하고 활약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 그리고 좀 극단적인 방안이지만 세번째로는…….

 

미코 성인은 좀 망설였다가 말하기 시작했다. 다만 망설이는 이유가 딱히 도덕적으로 갈등한다기 보다는 이게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를 더 고려하는 듯 했다.

 

미코: 세번째로는 텐구 사회에서 내전이 일어나게 해서 친텐마파가 몰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

 

타오: 그런 게……. 가능합니까?

 

미코: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따질 게 아니라 내전 자체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일이긴 하다. 오히려 그 내전의 범위가 환상향 내에 얼마나 되는 것이고, 인간 마을이 얼만큼 휩쓸릴지가 문제다. 내전의 범위가 인간 마을까지 휘말리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영향을 주면서 컨트롤하는 게 중요하겠지. 아, 물론 내전을 통해 친텐마파가 몰락할 수 있도록 반텐마파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히로토: 과연, 두가지의 최선책과 한가지의 차선책, 그래도 이 정도면 어떻게 대응이 가능하겠군요. 성인님의 지혜에 감복할 따름입니다.

 

미코: 후후, 이 정도는 가벼운 상담에 가깝지. 도사 이치카여, 공물은 이전에 이야기한 만큼 준비해두면 충분하다. 다음에 또 보기로 하지.

 

도사 이치카: 네, 성인님의 지혜, 감사합니다.

 

도사 이치카가 예를 차리자 미코 성인과 두 부하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카즈야: 흥, 성인의 지혜에 감복하기는 얼어죽을. 마지막 건 결국 텐구들끼리 싸우다 죽는 사이 휘말리지 말라는 거 아냐?

 

서쪽 마을 촌장은 먼저 마을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타오: 카즈야님,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카즈야: 어떻게 하긴! 일단 총회의에서 논의해야지. 난……. 좀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카즈야는 완전히 도관을 떠나버렸다.

 

타오: 카즈야님은 아무래도 미코 성인의 제안이 마음에 안 드나 보네요.

 

사라사: 당연하지. 마지막 제안은 결국 텐구 내전 때 아야카가 반텐마파 텐구에게 살해당하길 빌라는 거니까.

 

히로토: 카즈야 녀석, 험악하게 생긴 것 치고는 인정은 과할 정도로 넘쳐서 탈이야.

 

사라사: 너는 반대로 친근한 동네 할아버지 외모를 한 주제에 냉혈한이라 문제고.

 

히로토: 냉혈한이라니, 이런 일이 생기니까 촌장 일을 하려면 그래도 좀 냉철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

 

타오: 그러고보니 제가 환상들이 하기 전 이야기지만 히로토님은 아야카가 환상향에 정착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셨죠?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심증이 있었나요?

 

히로토: 제대로 된 심증이라도 있었으면 어떻게든 카즈야의 설득에 안 넘어가고 반대했겠지. 하지만 카즈야가 그래도 문제아들을 잘 케어하니까 믿어본 건데 이렇게 될 줄이야…….

 

히로토: 뭐, 이렇게 된 이상 별 수 없지. 사라사, 이번 일은 일단 그래도 카즈야랑 너한테 맡겨볼게. 내가 지금 뭘 하려고 하면 뭔가 의도치 않게 일을 키워버릴 것 같은 느낌이거든.

 

사라사: 골치 아픈 일을 떠넘기기는. 그래, 그럼 나중에 따로 이즈나마루 가문을 찾아가보거나 해야겠군. 다음 총회의 때 보게나.

 

두 노인 촌장은 슬슬 도관을 떠났고 두 외래인 출신은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타오: 저기, B님.

 

기자 B: 네?

 

타오: 혹시 그래도 여유 되시면 나중에 카즈야님께 최악의 상황도 염두하라고 설득해주실 수 있을까요?

 

기자 B: 무슨 그런 살벌한 말을…….

 

타오: 한국의 신 개성 공단에서 노동 운동을 해본 당신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잖아요. 성인이 제시한 첫번째와 두번째 방안이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을.

 

기자 B: …….

 

타오: 아야카라는 자가 비록 어깨너머 각종 ‘경영술’과 ‘정치’ 계략을 배웠다 쳐도 그 계략은 만년 넘은 인류의 선사 이후 역사, 곧 300년이 되어가는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역사가 축적되면서 발전해온 정교한 통치술입니다. 그것을 아무 것도 모르는 순둥이들끼리 힘을 합친다고 대응하고 극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기자 B: 타오 군은 인간의 기본적인 이성과 지성을 너무 간과하는 것 같군.

 

타오: 그러면 요괴들은요? 솔직히 말해서 녀석들이 그나마 오래 살아서 지식이라도 그나마 풍부한 거지, 쓸데 없이 거들먹거리면서 소학생도 안할 법한 멍청한 짓을 당당하게 해대잖아요.

 

기자 B: 요괴들이 바보짓을 하는 것도 자신들이 먹고 사는 데에 생각보다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지, 막상 자신들의 생존에 위협이 된다면 인간보다 더 영리하고 교활해질 수도 있어. 그리고 애초에 그 ‘정교한 통치술’은 본질적으로 어떻게든 구조적 결함을 지니고 있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노려서 공략하면 되는 거야.

 

타오는 언짢은 표정을 짓다가 냉소적인 말을 내뱉고 도관을 떠났다.

 

타오: 그러면 B님은 왜 신 개성 공단으로 안 돌아가시고 여기 남아 있는 거죠?

 

정곡을 찔린 B는 할 말이 없었다. B가 잠깐동안 가만히 있자 도사가 헛기침을 했다.

 

도사 이치카: 저기, 내가 나름 여기서 보초서면서 거취하는 입장이라서 말이야. 나도 좀 편하게 쉬게 돌아가주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