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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환상향견문록-추가본/보도금지기록서

8. 묘렌사의 한국 요괴 신자 급증 조사

by 판타스웜 2024. 1. 21.

기록 제목: 묘렌사의 한국 요괴 신자 급증 조사
기록 구성
 - 최근 한국 요괴 무리가 대거 환상들이한 정황에 대한 설명
 - 히지리 뱌쿠렌과 묘렌사의 한국 요괴 신자 급증에 대한 인터뷰
 - 야사기 카나코의 해당 현상의 뒷면에 대한 분석 인터뷰
보도금지 사유: 내부적으로 환상향 사회에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 판단하여 단순 현상 분석적인 측면에서 축소 보도 결정


서론: 최근 한국 요괴 무리가 대거 환상들이한 정황에 대한 설명

 20XX년 10월 초부터 중순까지 야쿠모 가의 지도 하에 환상향에 무려 3명의 도깨비, 200명의 한국산 츠쿠모가미(한국에서는 보통 도깨비로 통용되며, 그래서 자신들끼리 도깨비라 부르지만 실제 도깨비와는 능력의 차이가 어마무시해서 구분을 위해 츠쿠모가미로 분류한다.)가 환상들이했다. 이 나약해진 요괴들이 환상향으로 환상들이한 이유는 “교회와 천사, 각종 ‘과학적’ 미신이 한국 인간의 심리에 자리 잡으면서 신앙이나 공포로 생존해야 하는 요괴들이 이대로 한반도에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라고 야쿠모 가에서 공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환상향의 지배권을 둘러싼 삼현자, 텐구 조직, 오니 집단 등의 지지 기반 싸움에 외래 요괴들이 동원된 것이라고 추측된다.

 해당 사건 조사의 중점은 어떤 이유로든 이렇게 환상들이한 한국 요괴 중 약 30%를 차지하는 불교 신자들이 유독 다른 불교 사찰보다는 묘렌사에 정착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정작 약 20%를 차지하는 기독교 신자들은 외곽 농장 지구의 작은 교회에 잘 적응하고 그 농장 지구의 츠쿠모가미로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 편향된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취재하려고 두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록 1번: 히지리 뱌쿠렌과 묘렌사의 한국 요괴 신자 급증에 대한 인터뷰
기록일시: 20XX년 11월 20일, 오전 10시 무렵
장소: 묘렌사

기자 D가 인터뷰를 위해 묘렌사에 도착할 즈음에는 많은 한국 요괴 신자들이 주지스님에게 인사를 드리며 묘렌사 정문을 나가고 있었다. 요괴 신자들이 모두 나간 후, 주지스님 히지리 뱌쿠렌은 기자 D를 안으로 안내했다.

기자 D: 손님이 진짜 많네요. 원래는…….

뱌쿠렌: 민망하게도 좀 한적하긴 했죠. 물론 꾸준히 수행자가 늘고 있었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손님들이 관심을 가져주니 반가우면서도 조금 당황스럽긴 하네요.

기자 D: 그래도 여전히 절에서 수행하고 강연을 하는 데에 문제는 없어보이는데요?

뱌쿠렌: 지금이야 저희 측이랑 새 손님들 측이랑 합을 맞춰서 그렇죠. 평소에 보던 경전이랑 많이 다르다느니, 수행 방법이 뭔가 이상하다느니, 바깥 세계에 있을 때 절에서 배운 것이랑 다르다느니, 말이 많았었어요.

기자 D: 바깥 세계와 환상향의 사찰이 그렇게나 많이 다른가요? 

뱌쿠렌: 음, 아마도 바깥 세계와 환상향의 차이보다는 조선 불교와 일본 불교의 차이라 보는 게 맞을 거예요. 저희 묘렌사도 그렇고 일본의 주요 종파인 진언종은 반야심경을 소의경전으로 삼고 있지만 조선 불교는 선종 계열인데다 금강경을 소의경전으로 삼고 있으니까요. 다만 의외로 새 손님들은 또 금강경보다는 천수경이 익숙한 것 같기도 하고요. 뭐, 이렇게 말하지만 저도 당시 고려와 일본의 불교가 크게 다르지 않았던 헤이안 시대 사람이라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기자 D: 생각보다 복잡하네요. 그런데도 지금 한국 요괴 신자들이 묘렌사를 선호하는 거 같던데 맞나요?

뱌쿠렌: 그것보다는 인간 마을의 다른 사찰이 마음에 안 드는 것 같더라구요.

기자 D: 아, 역시 요괴니까 인간 마을의 사찰들은 잘 안 받아주기도 하고 위장하고 들어가는 것도 일이니까…….

뱌쿠렌: 아뇨, 그런 문제는 아니었어요. 되려 한국에 살 때부터 그렇게 절을 다녔다고 하니까 접근성은 별 상관 없대요. 오히려 인간 마을 사찰에 거부감을 가지던 부분은……. 그들의 입을 빌려 표현하자면 ‘여기가 부처님을 섬기는 곳인지 일본 신들을 섬기는 곳인지 구분이 안 간다.’고 하더라구요. 환상향에 신과 인간, 요괴가 함께 살아가지만 요괴는 신에 대해 신앙심을 안 가지고 있다는 것은 D님도 잘 아시죠?

기자 D: 아…뇨. 아키 시즈하님과 갓파들과 서로 잘 지내고 그러니까 그냥 신사 같은 것만 안 세우는 줄 알았는데 신앙심은 딱히 없는 거군요?

뱌쿠렌: 누군가를 친구로 삼는 것과 누군가를 신적으로 숭배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죠.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상향의 요괴들은 신을 섬긴다는 발상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요괴들이 신을 섬기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자신들이 신적인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도 있으니까요. 그에 비해 한국에서 온 손님들, 정확히는 불교 신자들이 유독 신을 숭배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해서 깨달음을 얻고 싶은 것인데 왜 그러기 위한 사찰에서 부처님보다 신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냐고 하더라구요.

기자 D: 엣? 그래요? 별로 그렇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뱌쿠렌: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사찰의 구조에 대해 느끼는 것이겠죠. 제가 들은 바로는 한국의 절은 대부분 석가모니상을 크게 두고 방문객들이 부처님께 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 사찰, 아니, 좀 더 확실하게는 환상향의 사찰은 신들도 중요하게 모시는 경우도 많잖아요? 이것을 잘 못 받아들이나봐요.

기자 D: 잠깐, 근데 묘렌사도 딱히 부처상은 없고 비사문천상만 있잖아요?

뱌쿠렌: 그렇게 치면 한국의 절에도 관음보살상만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요. 불교의 가르침과 밀접한 신령 같은 것은 괜찮은 것이겠죠. 그리고 고려 시대부터 수호신처럼 비사문천을 사찰에 모셨다고 하니까 오히려 쇼를 보고 반가워하기도 하고 친숙하게 여기는 것 같더라구요.

기자 D: 쇼라면 토라마루 쇼, 비사문천의 화신님 말하시는 거죠?

뱌쿠렌: 네, 진지하게 손님들이 ‘비사문천님’이라 부르니까 아직도 당혹스러워 하더라구요.

기자 D: 그렇군요. 여러모로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납득이 가네요.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그냥 하도 일부 마을 주민들이 확인을 요구해서 묻는 겁니다만, 혹시 한국에서 환상들이한 요괴들과 요괴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무슨 일을 저지르려는 것은 아니죠?

뱌쿠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아, 아뇨, 그럴 리가요! 여전히 인간들이 자기 보호를 명분으로 약한 요괴들을 괴롭히고 위협한다고 생각하지만 예비 신도가 늘었다고 위험한 일을 저지를 생각없습니다. 네, 그렇고 말고요!

기자 D: 아니, 거기서 그렇게 티를 내시면……. 아무리 한국 요괴들이 잘 호응해주는 것 같다 쳐도 진짜로 뭘 하려고 한다고요?

뱌쿠렌: ……. 그냥 인간 마을 근처에서 ‘공개 강연’을 계획 중일 뿐이에요. 아, 일단 마을 주민들에게는 비밀로 해주세요!

기자 D: 윽……. 일단 저희는 못 들은 걸로 하죠. 강연하는 게 뭐 문제되는 건 아니니까요. 이만 인터뷰는 마치겠습니다.


기록 2번: 야사기 카나코의 해당 현상의 뒷면에 대한 분석 인터뷰
기록일시: 20XX년 11월 22일, 오전 10시 무렵
장소: 모리야 신사 독실

기자 D: 아이고, 인터뷰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나코: 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만한 화제니까 최대한 내 지혜를 공유해주는 것도 중요하겠지.

기자 D: 원래는 그래도 불교나 정치에 대해 잘 아는 미코 성인님께 지혜를 구해보려고 했지만, 무슨 일인지 이번 일에 관여하는 것은 거부하시더라구요. 보통 묘렌사 이야기면 별 사소한 것도 이야기하려고 하셨는데 말이죠.

카나코: 그야, 이 현상의 중점은 딱히 묘렌사가 중심에 있는 것도 아니고, 뒷이야기도 재밌지 않기 때문이지.

기자 D: 그럼 카나코님은 왜 이런 이야기를 저희한테 해주시는 거죠? 그 정도로 찝찝한 이야기면 카나코님도 굳이 자처해서 저희한테 인터뷰 요청까지 하실 만한 가치가 있나요?

카나코: 나는 환상향에 얽힌 세속적인 신이기 때문이지. 흠, 환상향에 얽혔는데 세속적이라, 모순적이군.

기자 D: ……. 그게 끝인가 보군요. 그러면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신님을 추궁한다고 뭐 좋을 게 있다고 생각은 안 드니까요.

카나코: 그 전에 하나 먼저 선언할 게 있어.

기자 D: 아, 네.

카나코: 지금부터 제가 이야기하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특정 현상에 대한 개인적인 지식과 지혜, 관점을 동원한 현상 분석일 뿐이지, 명확한 사실을 다루지 않습니다. 제 분석이 현실의 정황을 정확히 간파했을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우연일 뿐입니다. 이상.

기자 D: 뭔가 책임 회피 같은데, 알겠습니다.

카나코: 먼저 묘렌사의 주지스님 히지리 뱌쿠렌이 한국 요괴 신자에 대한 급증의 원인에 대해 어떻게 말하셨는지 요약 가능할까요?

기자 D: 네, 여러 잡다한 이야기를 빼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묘렌사 외 환상향의 일반적인 사찰에서 신을 꽤 중요하게 모신다는 점에 대한 반감.
이는 기본적으로 요괴가 신을 잘 안 섬긴다는 습성과 한국 불교 성질 상 부처님과 불도에 대한 가르침을 유독 강조한다는 면모가 한국 요괴 신자에 영향을 크게 준 듯 합니다.

둘, 비사문천에 대한 익숙함과 친숙함.

셋, 히지리님의 요괴 보호 사상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
이건 히지리님이 직접 말하신 건 아니지만 한국 요괴 신자들을 믿고 인간 마을 근처에서 ‘공개 강연’까지 열어보겠다고 하시니까 한국 요괴 신자들이 적어도 히지리님의 사상에 반감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 경전의 차이, 수행 방법의 차이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건 딱히 묘렌사가 더 나은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카나코: 흠, 거진 다 맞는 말 같군요. 물론, 전 태자님이라면 좀 더 디테일하게 분석할 수 있었겠지만. 제가 이야기를 보탠다면 요괴 보호 사상에 대한 것이겠네요. D 군은 일단 환상향의 요괴들이 왜 히지리의 요괴 보호 사상이 인기가 없는지는 아시죠?

기자 D: 정확한 심리까지는 모르지만, 대부분의 요괴들이 ‘나는 강하고 독립적인 요괴고, 누구의 보호 따위 필요 없다.’는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카나코: 맞아요. 그리고 바깥 세계의 요괴와 신들도 아직 꽤나 강력한 힘을 지닌 경우라면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본의 많은 요괴과 신들도 이에 해당되죠. 정작 일본에서도 힘을 얻기 위해 천사에게 ‘부정한 토착신’을 팔아넘겨 스스로 천사화되거나 천사의 힘을 빌리는 요괴도 있고, 츠쿠모가미들처럼 최대한 인간 눈에 띄지 않도록 과거보다 덜 활동하면서 숨어 사는 약한 요괴도 있는데 말이죠.

기자 D: 그러면 한국에서 온 요괴들은 그런 자긍심이 약한 건가요? 왜 그런 거죠?

카나코: 정확히는 한국에서 온 ‘난민 요괴’들이 그런 것이죠. 그들은 어지간한 괴력난신이 생존하기 너무 척박한 한반도라는 곳에서 피난 온 요괴들입니다. 너무 약해져서 야쿠모 가에서 그들의 재활을 위해 공포나 인육을 어떻게든 섭취할 수 있는 각종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죠. 아, 여기서 인육이야 당연히 공식적으로 기증된 사체에서 추출한 것들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기자 D: 네, 알고 있긴 합니다만 역시 들을 때 마다……. 윽…….

카나코: 아무튼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간신히 버텨오던 요괴들이라면 히지리의 요괴 보호 사상은 매력적이게 들릴 수 밖에 없죠.

기자 D: 저, 한국이 요괴나 신이 살기에 도대체 얼마나 열악한 건가요?

카나코: 정확히는 요괴만 살기 열악한 곳입니다.. 아무리 500년 간 신과 요괴, 귀신을 ‘괴력난신’이라 칭하며 멸시해온 곳이지만 정작 큰 일이 터지면 성실한 기독교 신자도 무당을 찾기도 하는 곳이니까 인기 있는 무당들이 섬기는 신들은 어느 정도 여유롭게 살고 있을 것입니다. 설령 신으로서의 입지가 위태로워도 자존심과 지위를 좀만 포기하면 일본과 다르게 갑자기 교회에 달려가 유일신을 따르겠다고 해도 바로 천사 직위를 주고 교회를 하나 배정해 준다고 하니까요.

기자 D: 그렇게 치면 요괴들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나요?

카나코: 일본 내 천사들의 권세와 한국 내 천사들의 권세는 전혀 다릅니다. 그나마 일본에 이슬람교 이민자가 늘면서 일본 내 천사들에게도 빈약하게나마 기반이 더 생기고 있지만, 미션 스쿨이나 기독교계 축제, 성경 소재 애니메이션 등 불안정적인 신앙에 의존해야 하는 일본 내 천사들은 기본적으로 전도 및 세력 확장보다는 유일신의 뜻에 어긋나는 ‘부정한’ 토착신들을 처단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강력한 토착신들보다는 힘을 원하는 요괴들을 포섭하려 하는 것이죠.

기자 D: 그럼 한국이라는 곳은 기반이 훨씬 더 튼튼한가 보죠?

카나코: 그렇습니다. 물론 서방 세계보다는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개신교와 천주교를 합친다면 한국 전체 인구 중 1/3이 기독교 신자일 정도니까요. 이슬람교 이민자 역시 점점 늘어나는 추세고요. 아마 한국에 파견된 천사 총 인구보다 한국에 세워진 교회, 성당, 모스크의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개종한다는 토착신들을 천사화해서 교회와 성당을 쉽게 할당할 있는 것이고요. 하지만 요괴들이 한반도에서 힘을 못 쓰는 건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카나코: 일본이 신토를 고수하면서 신과 요괴의 나라로 유지되어 왔다면, 한국은 조선 건국 이후로 하늘과 귀신의 나라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 아무리 유교를 국교로 삼고, 과거의 국교였던 불교까지 억제하면서 ‘괴력난신 배제’를 외쳐도 결국 민간에서는 여전히 불교를 주로 믿었고 무당도 많은 사람들이 찾았죠. 하지만 그렇다고 ‘괴력난신 배제’가 효과가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선 내 많은 괴담과 이야기는 점점 수수께끼의 요괴 대신 한 맺힌 악령과 망령이 주를 이루기 시작했고, 해결사 역시 주술을 부리는 퇴마사보다는 진상을 파헤치고 정의를 되찾는 사또나 암행어사 등이 더 많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카나코: 게다가 고려 시대보다도 더 체계적으로 중앙집권화된 조선에서 요괴가 조정에게 발각되지 않고 인간을 습격하여 공포나 인육을 섭취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졌죠. 그 결과, 산군과 같은 몇몇 유명하고 실제로 활약도 하는 요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요괴들은 힘이 점점 약해졌고 더욱 감시 시스템이 강화된 현대 한국에서는 결국 환상향으로 피난을 가는 것도 야쿠모 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약해졌죠.

기자 D: 그렇군요. 그렇다면 본론으로 돌아가서, 약하게 살 수 밖에 없던 한국 요괴 신자들은 히지리님의 요괴 보호 사상에 우호적이라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한국 요괴들을 받아들인 야쿠모 가 입장에서 묘렌사의 규모를 늘린다고 이점이 뭐가 있을까요?

카나코: D 군은 무슨 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기자 D: 흠, 제 생각에는 별 이점이 없어보여서요.

카나코: 맞아요. 이점이 없죠. 왜냐하면 야쿠모 가는 물론이고 신귀 회의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니까요.

기자 D: 신귀 회의요?

※ 기자 A, 기자 B는 신귀 회의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기자 D는 모른다.

카나코: 그렇군요, 보통 인간이면 신귀 회의에 대해 모르겠군요. 환상향의 신과 오니가 환상향의 중요한 일에 대해 결정하는 회의, 정확히는 환상향의 삼현자, 텐구 조직을 대표하는 텐마, 오니들을 대표하는 이부키 스이카, 그리고 환상향의 여러 신들이 참가하는 회의, 그것이 바로 신귀 회의입니다.

기자 D: 그러면 신귀 회의에서 한국 요괴들을 환상들이시키기로 결정한 것인가요?

카나코: 아뇨, 정확히는 신귀 회의 때 벌어진 일 때문에 삼현자 측이 한국 요괴들을 환상들이시킨 것입니다. 부활절 때 외곽 농장지구에서 벌어진 일은 아시죠?

기자 D: 네, 그 때 저는 아직 <표류자들의 눈> 소속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기자가 되고 나서 들었습니다.

카나코: 문제는 그 때 되려 외곽 농장지구 주민들을 위험에 노출시킨 대응책은 하쿠레이 레이무의 정신을 보호하기 위한 삼현자, 정확히는 야쿠모 가의 당주, 야쿠모 유카리의 계획이었습니다. 분명 문제 발생 이전의 신귀 회의 때는 텐마도 야쿠모 유카리의 계획을 소극적으로 찬성하긴 했습니다만, 문제 발생 직후 신귀 회의에서는 텐마가 적극적으로 야쿠모 유카리에게 책임을 물어 신귀 회의 참석 자격을 박탈해버렸습니다.

카나코: 텐마는 저를 포함하여 환상향의 여러 신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기에 삼현자와 오니가 손을 잡아도 텐마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삼현자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지지층이 되어준다는 전제 하에 으스러져가는 한국 요괴들을 환상들이했죠. 그 결과 텐구 조직의 복부라 할 수 있는 외곽 농장지구에 대표 교섭인 도깨비와 더불어 기독교 신자인 한국 요괴들이 자리잡고 간접적인 감시꾼이 되었죠.

기자 D: 그런데 환상들이한 한국 요괴 중 기독교 신자는 20%정도 밖에 안 되지 않나요? 나머지는 특별한 의도 없이 환상들이시킨 건가요?

카나코: 원래 계획대로면 나머지는 한국 고유의 공권력에 친숙한 성향, 바깥 세계 사회나 텐구 사회처럼 악독한 계급 사회에 진저리 나 있다는 점을 믿고 자연스럽게 야쿠모 가 지지층이 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한 건 정확히는 비신일 것입니다. 비신의 존재는 아시죠?

기자 D: 네, 일단 존재하시는 건 압니다. 환상향을 관리하는 삼현자 중 한분이시죠?

카나코: 맞습니다. 애초에 한국 요괴들을 환상들이시키자는 것도 비신이 발안한 것일 겁니다. 삼현자 중 나머지 둘은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 요괴 중 기독교 신자의 외곽 인간 마을 합류 및 정보 공유 정도만 생각했을 것입니다. 둘 다 각각 경제와 수학, 신비와 자연에 대해 똑똑하지만 비신처럼 ‘정치에 능한’ 것은 아니니까요.

카나코: 아무튼, 문제는 원래 예상과 다르게 공권력에 익숙하게 적응하여 야쿠모 가 지지층이 된 한국 요괴는 전체 요괴 중 10%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기독교 신자들까지 포함하면 30%라고 우길 수 있겠다만, 아무튼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수인 것이죠. 심지어 그 기독교 신자들 마저도 계속 외곽 농장지구에 익숙해지면 비록 친 텐구 성향으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중립적인 성향으로는 바뀔 가능성이 높죠. 감시꾼이 되기로 약속한 그 도깨비 정도는 계속 삼현자와 협력한다 쳐도 말입니다.

기자 D: 그러면 역시 그 ‘공권력에 친숙한 성향’ 자체가 편견인 것일까요?

카나코: 어느 정도 그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환상들이한 한국 요괴들은 삼현자와 야쿠모 가가 그다지 ‘공권력’으로 여겨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삼현자가 비록 일반적인 인간과 요괴들에게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쉬지 않고 상황을 현명하게 제어한다고 하지만, 그 제어 활동에 체계적이고 공식적인 느낌은 생각보다 별로 들지 않으니까요. 불교 신자들이 묘렌사에 유독 흥미를 가지게 된 것도 단기적인 기현상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결국 한국 요괴들이 삼현자에 대해 특별히 동맹적인 태도를 취햐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 D: 잠깐만요, 묘렌사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단기적인 기현상이라니, 무슨 말이죠?

카나코: 별 건 아니고, 조직에서 조직원을 늘릴 때 항상 발생하는 일인데, 단기적으로 조직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대폭 늘어나도, 보통은 결국 잔류하는 인원은 그 사람들 중 10% 밖에 안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을 감안해도 묘렌사 입장에서는 5명에서 10명쯤은 고정 수행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니 이득이긴 하죠. 주지스님의 외모에 빠진 그 변태 그림쟁이 도깨비를 논외로 쳐도요.

기자 D: 그러면 이탈하는 인원들은 어떻게 되나요?

카나코: 흠, 아마도 직접 한국식으로 운영하는 사찰을 세우지 않을까요? 당연히 환상향에 맞게 현지 건축 자재를 사용하겠다만…….

기자 D: 요괴들의 사찰이 하나 더 늘어난다니, 상상이 잘 안 되네요. 이제까지 나온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겠군요.

하나, 한국 요괴들을 환상들이시킨 건 정치적으로 텐마에게 밀리고 있는 삼현자가 지지 기반을 추가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둘, 그러나 예상과 달리 기독교 신자를 제외한 나머지 한국 요괴들은 붕 떠 있고, 예상 못한 현상으로 불교 신자들은 묘렌사에 몰렸다.
셋, 묘렌사에 몰린 불교 신자들이 결국 묘렌사를 떠나더라도 자기들만의 절을 차릴 것 같으며, 삼현자의 지지 기반 추가 확보에 별 도움이 안된다.

이 정도인 것 같은데요……. 카나코님, 실례가 안된다면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카나코: 무엇인지요?

기자 D: 첫번째로, 만약 한국 요괴들의 현재 정치적 입장이 붕 떠 있으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요? 그리고 두번째로……. 이런 이야기를 왜 저희한테 해주시는 거죠? 이것을 보도한다고 모리야 신사에 어떤 이득이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만, 설령 저희가 보도하려 한다 쳐도 금방 야쿠모 가와 히에다 가에게 제제 당할 것도 아시지 않나요?

카나코: 첫번째부터 대답하도록 하죠. 먼저 한국 요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환상향에 적응하고 결국 ‘한국 요괴’라는 특색은 많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들도 아무리 야쿠모 가를 ‘공권력’이라 인식하지 못한다 해도, 자신들에게 이득이 된다 생각하면 야쿠모 가를 따를 겁니다. 반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기억 때문에 텐구의 계급 사회와는 어지간해서는 엮이지 않으려고 하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반대로 오니들과 동맹 관계가 될 가능성도 높고요. 

카나코: 정리해서 말하자면 환상향에 동화된 한국 요괴들은 텐구 조직을 제외한 환상향 내 정치 세력이 지지 기반을 추가 확보하기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정치 세력에는 저와 환상향의 여러 신들도 포함이 되고요. 환상향에 동화된 그들은 신을 섬기지는 않아도 신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을 것이고 우리는 이 때를 노려 잘 하면 개종, 잘 안 되어도 동맹으로 삼고자 합니다. 이들과의 동맹은 특히 텐구 조직의 영향력 밖에 있으니 독립적인 힘을 갖추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죠.

기자 D: 그럼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어떻게 되나요?

카나코: 흠……. 인터뷰는 여기서 끊어도 될 것 같은데 괜찮지?

기자 D: 네…….

카나코: 앞서 말한 정치 세력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텐구 조직과 야쿠모 가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알겠는가? 정치 세력 외적으로도 말하자면 히에다 가와 카미시라사와 케이네도 해당되겠지. 그들은 여론을 컨트롤하기 위해 정보를 통제하려고 해. 텐구 조직은 자신들만의 언론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보도하고 불리한 것은 감추지. 야쿠모 가와 히에다 가는 기본적으로 보도 자체를 최소화하려고 하고 말이야. 이들이 이런 정보 통제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기자 D: 모든 정보가 공개되면 여론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것이라서요?

카나코: 그렇지.

기자 D: 그렇군요……. 경쟁자들을 여론전에서 밀어내려는 것이군요. 그런데 카나코님은 그런 불리함이 없는 건가요?

카나코: 훗, 제 아무리 환상향 내에서 가장 발언권이 강한 신이라 쳐도 당장은 그저 환상향의 여러 신들 중 하나일 뿐이다. 불리한 정보도 분명 있지만 그래도 일단 ‘좋은 뜻으로 했지만 잘 안된 것일 뿐이다.’라고 넘길 수 있지. 바깥 세계의 만화책에 이런 말이 있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반대로 보면 ‘작은 힘에는 작은 책임이 따른다.’라고 할 수도 있어. 현재 환상향의 두 축인 텐구 조직과 야쿠모 가는 강력한 권력에 걸맞게 수많은 의무를 문제 없이 달성해야 하지만 아직 나한테는 그런 것이 없으니 그저 ‘진실을 공개한다’는 명분 하에 여러 군데에 불을 지필 수 있지.

기자 D: 다소 악랄한 것 같지만……. 명분은 확실하네요. 그런데 이렇게 저희들에게 정보를 알려줘도 보도가 어차피 제한된다는 것 아시지 않나요?

카나코: ‘장두노미’(藏頭露尾)라는 사자성어를 아는가?

기자 D: ‘진실을 감춰도 언젠가는 드러난다.’ ……. 아!

카나코: 그래, 너희들이 비록 보도가 제한되어 공개하지 않는다 해도 자동 필기 도구로 기록한 내용은 따로 보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세간에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며 별 생각 없이 떠들어대는 놈들이 수두룩하다만 결국 무수히 많은 승자의 기록이 야사(野史)와 민중 기록, 직접적인 폭로로 뒤엎어졌었다. 너희들이 직접적으로 보도하지 않더라도 ‘우연하게도’, ‘의도치 않게도’ 표면에 드러나면 진실은 공개되고 그것을 감추려던 자들은 추잡한 권력자들이 되는 것이지.

기자 D: 그 말, 저희 아카이브를 몰래 털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나요?

카나코: 그럴 리가. 다만,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털 수는 있다는 것이지. 환상향에는 책이나 지식, 정보에 대해 환장하는 녀석들이 한둘이 아니니까. 아니면, 비밀 유출을 막기 위해 아카이브의 보도 금지 문서들을 파기라도 할 것인가? 영구적으로 말이야?

기자 D: 그건…….

카나코: ……. 실례가 안 된다면 이만 다른 신들과 점심 약속이 있어서 가보겠네.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표류자들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