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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외래신요금화/동방당혹극계

5. VS 용을 사칭하는 거대 악어

by 판타스웜 2024. 4. 25.

 드넓은 푸른 바다, 멀리서 보면 평소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둘 중 어느 것이 신기한지 모를 것이다. 바다 위를 달리는 휠체어, 아니면 이와 동행하는 듯한 날개 달린 미니 돌고래들. 휠체어로 바다를 질주하는 마타라 오키나는 새삼 이 돌고래 요정을 보고 감탄한다.

 “요정은 분명 그 지역에 사는 ‘고등 생명체’의 모습을 따라하거나, ‘고등 생명체’가 없으면 나비 등 곤충의 형상을 취할 터인데……. 이제는 요정들이 돌고래나 범고래를 ‘고등 생명체’로 여기는 것 같구나. 어쩌면 이제 침팬지나 까마귀, 돼지의 형상을 한 요정들도 나타날 수도 있겠어.”

 자세히 보면 돌고래 요정들 외에도 일반적인 돌고래도 보이는데, 어느 순간 도망친건지 자취를 감췄다. 오키나의 휠체어 밑에 재빠른 어두운 그림자가 지나가더니, 오키나의 정면에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올랐다!

 “잡았다!”
 “잡힐쏘냐!”

 오키나의 휠체어는 바로 정지하고, 오키나의 차원문이 튀어오른 무언가를 자신과 떨어진 하늘 높이로 보내버렸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무언가는 당황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것을 자세히 바라보니, 울퉁불퉁하고 붉은 레게머리를 하고 있었고, 마냥 약간의 녹색 빛이 감도는 백옥색 피부 곳곳에 조개삿갓이 붙어 있었다. 몸에 바짝 붙어 있는 탱크탑과 핫팬츠는 그녀의 슬렌더한 몸매를 부각시켰으며, 등에는 거친 바위처럼 생긴 거북이 등껍질을 메고 있었다. 손과 발에는 희미한 물갈퀴가 있었고 엉덩이에는 녹색 악어 가죽으로 뒤덮힌 꼬리가 있었다. 물에 빠지고선 다시 튀어나온 이 거북이 같은 악어는 오키나가 축생계에서 면식이 있는 어느 도철 요괴와 비슷한 톱니 이빨을 드러내며 소리쳤다.

 “네 이놈, 잘도 이 용신 시팍의 공격을 피했구나!”
 “호오, 용신이시라구요? 무서워라. 그러면 용신님, 어느 바다 관할이신가요?”
 “후후, 바로 태평양의 용신이지!”
 “그래서 태평양 어디냐고요.”
 “뭣? 태평양 어디라니, 그야… 태평양… 이지! 어, 그래!”
 “흥, 생긴 건 그래도 생각보다 닮긴 해서 나름 뭘 알고 흉내내는 줄 알았는데 용신에 대해 전혀 모르는구만.”
 “뭐, 뭐라고?!”

 “하나 알려주자면, 대서양은 지금 요르문간드라는 초대형 용신이 혼자서 관리하고 있지만 태평양은 여러 용신들이 나눠서 관리하고, 용신들의 상황에 따라 매번 관할이 바뀌었지.”
 “오, 그렇구나! 메모해 둬야지…….”
 “뭐, 그렇게 공부한다고 용신 아닌 것이 티나지 않게 되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아무리 봐도 용신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잖아?”
 “으윽, 너, 자꾸 그렇게 무시할래?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렇다고! 곧 4백년만 지나봐! 5백살 쯤 되면 완전 다른 모습일 걸?!”
 “후후후, 악어 요괴가 나이 먹는다고 용의 기운이 생길 리가 있나? 용신은 태어났을 때부터 용의 기운을 지니고 나는 거란다.”
 ‘그런데 저 녀석, 생긴 것도 옛날 이 지역 용신을 많이 닮았고, 당황하는 기색이 없고 화만 가득한 표정을 보아하니, 일부러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 누가 어릴 때부터 속인 것 같은데? 케찰코아틀, 이 악독한 녀석, 설마 그런 가스라이팅을 하다니. 아무튼 이 녀석부터 그 작전을 시작해야겠군.’

 오키나는 소매에서 뿔피리를 꺼내서 크게 분 후 소리쳤다.

 “아즈텍의 태양 토나티우여! 멕시코의 정의 타나티엘이여! 당신들의 용신을 향한 도전자의 부름에 응하라!”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맑은 하늘의 태양이 좀 더 밝게 빛나다가 어느새 원상태로 되돌아왔다. 그 사이에 하늘에는 한명의 흰색 천사와 한명의 검은 괴한이 떠 있었다. 흰색 천사는 얼굴 오른쪽(보는 사람 기준 왼쪽)에 아름가운 금가면을 쓰고 있었고, 소박하지만 선명히 빛나는 금색 장신구가 주렁주렁 달린 흰 스페인 가톨릭 여성의복을 입고 있었다. 검은 괴한은 얼굴 왼쪽(보는 사람 기준 오른쪽)에 흉악한 철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가면 뒤의 얼굴은 마치 조각상 같았다. 그의 검고 흰 아즈텍 전통 의상과 화려한 은빛 장신구 사이로 매혹적이면서도 마초스러운 적토색 근육질 몸매가 확연히 드러났다. 검은 괴한이 허스키스러운 목소리로 먼저 말했다.

 “호오, 이 귀여운 신님이 환상향의 삼현자 중 하나인 비신 마타라 오키나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달의 신이여. 용감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용신의 도발에 응한 자입니다. ……. 그런데 당신은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오신 건가요?”
 “후후후, 이 ‘텍사스 철가면’이 우리 귀염둥이 신을 어떤 신인지 보고 싶어서 온 건데 이유가 필요한가?!”
 “텍사스… 철가면이요?”
 “자넨 딴지 걸지 말고 가만히 있게.”

 오키나의 어이없어하는 질문에 태양신이자 천사인 타나티엘은 적당히 눈치를 주었다. 타나티엘은 계속 말을 이어 달의 신 ‘텍사스 철가면’을 돌려보내고자 했다.

 “달의 신이여, 가능하면 우리들의 막무가내 용신을 계속 봐주지 않겠습니까? 혹여 장난으로라도 야쿠모 유카리 양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습니다.”
 “흥, 알겠어. 그러면 오키나쨩, 다음에 봐!”

 자칭 ‘철가면’은 어둠 속에 휩쌓이면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키나가 께름칙해 하는 사이, 타국의 태양신은 마저 말을 걸었다.

 “그래서 환상향의 비신이여, 용신을 상대하는 데에 굳이 나를 부른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직접 이 일에 관여할 생각이 없는데 말일세.”
 “타나티엘님, 이렇게 되어서 유감스럽지만 제가 앞으로 타나티엘님의 관할에 있는 여럿 신들과 싸우게 될 것입니다. 이 싸움을 좀 더 공평하고 피해가 더 적도록 하기 위해서 이 ‘스펠 카드’ 룰을 적용하고 싶은데, 이에 대한 감독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스펠 카드 룰이라, 흡혈귀 하나가 환상향으로 들어간 이후로 동방 세계에 퍼졌다고 듣긴 들었다만……. 그 룰북을 제출해보거라.”

 오키나가 차원문을 통해 하늘 저 높이에 있는 타나티엘에게 스펠 카드 룰북을 건넸다. 룰북이라 하기에는 상당히 얇은 책자 수준이었지만, 타나티엘은 일단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보았다.

 “요점만 따지면 제한된 스펠 카드 개수로만 탄막 배틀을 해서 많이 피격당한 쪽이 패배하는 것으로 하자는 것인가? 자네는 이 룰대로면 당신이 훨씬 불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네, 하지만 결국 하나의 중요한 승부를 이기기 위해서라면 이런 도박은 불가피하죠.”
 “....... 과연, 어리석기는 커녕 교활하고 치사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현명하군. 괜히 환상향의 현자가 아니야. 시팍님, 이 외국의 비신이 제안하는 스펠 카드 룰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흥, 좋아, 날 얕본 것을 후회하게 해주겠어! 스펠 카드 개수는… 간결하게 2장으로 하자고!”
 “그렇다면, 전투 개시!”

 그렇게 태양신의 감독 아래 스펠 카드 탄막 배틀이 시작되었다. 시팍은 되려 물속으로 들어가서 살짝 공중에 떠 있던 오키나의 밑으로 잠수하여 들어가 등껍질만 내밀고는 바로 스펠 카드를 시전하였다.

 “「후이자퀴 미사일(흑요석 미사일)」!”

 미니어쳐 산맥 같던 등껍질에서 화산이 폭발하더니, 그 화산에서 수많은 흑요석 파편이 미사일처럼 발사되어 밑에서부터 오키나를 덮쳤다. 하지만 오키나는 덤덤하게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오는 흑요석 파편을 차원문으로 흡수하였다. 시팍은 나름 예상했듯이 바로 두번째 스펠 카드를 사용했다.

 “「테틀라이히오틀(용암숨결)」!”

 시팍은 오키나의 눈높이 수준의 높이로 뛰어올라 오키나의 코 앞에서 커다란 불의 숨결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번에 오키나는 자신의 등 뒤로 차원문을 열고 자연스럽게 뒤로 넘어지면서 공격을 피했다. 시팍은 갑자기 사라진 적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오키나는 하늘 위에서 자유낙하하는 상태에서 치명적인 스펠카드를 사용했다.

 “이동, 「블랙 스노우맨」.”

 검은 구체가 시팍 위의 온 하늘을 뒤덮더니, 시팍의 주변에는 어둠이 가득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천천히 떨어지는 구체가 하얗게 빛이 나면서 시팍의 눈을 멀게 했다. 구체가 시팍의 몸에 닿자 시팍의 두꺼운 피부가 바로 얼어붙어버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팍은 나름 흰색 구체를 피해보려 했지만 사물의 경계가 점점 희믜해지는 듯하면서 결국 혼란에 빠져 온 몸이 흰색 구체로 둘러쌓이게 되었다. 스펠 카드가 끝이 나자 시팍은 바닷물 위의 빙하처럼 얼어붙어 있었고, 돌고래 요정들이 걱정하면서 시팍의 몸을 바닷물로 어떻게 녹여보려고 하고 있다. 오키나는 너무 힘을 썼나 생각이 들었다.

 “용신 사칭자인 것은 둘째치고……. 타나티엘님, 저 녀석 배틀 자체가 처음인가 보군요.”
 “뭐, 그런 셈이다. 그래도 첫 배틀이 무려 비신급이니 좋은 경험이 되었겠지.”
 “평소였다면 봐주면서 싸웠겠다만 급한 사정이 있으니까요.”
 “그녀는 그만큼 자네에게 소중한 존재인가?”
 “음……. 환상향에 꼭 필요한 존재죠.”
 “그게 자네의 답변인가. 그렇군……. 그래서 그녀가 그런 것이군.”
 “네?”
 “아무 것도 아닐세! 쇼콜란드가 어딨는지는 알지? 내가 길 안내를 해줄 수는 없어서 말이야. 먼저 가면 알아서 따라가겠다.”
 “거 참 딱딱하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