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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환상향견문록/화식파 마리사의 가정식

1월 : 송어와 양배추 구이

by 판타스웜 2024. 8. 30.

1월 : 송어와 양배추 구이

 

 차가운 바람이 나무 사이를 날카롭게 가른다. 숲 속에서는 바구니를 팔에 끼고 있는 한 마녀가 나타났다. 얼핏 봐서는 메이드복과 비슷한 검고 흰 옷은 평소보다 두텁고 무거운 느낌이다. 두껍고 긴 소매는 다른 부위와 달리 얇고 잘 늘어나는 장갑과 이어져 있고, 검은 타이즈 스타킹은 평소의 마녀 모습을 생각하면 상당히 낯설다. 오로지 분홍빛 목도리만이 그의 평소 모습과 어울리는 정도다.

 

 “진짜, 지독한 한파로군.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이르더라도 약초랑 버섯은 채집해둘 걸 그랬어.”

 

 키리사메 마리사, 흑백의 마법사는 약초와 버섯이 들어 있는 바구니를 보자기로 잘 싸매고 마법 지팡이를 타고 날기 시작했다. 공중으로 날아오르자 마리사의 뒤편에는 커다란 산이 보였고 반대편에는 숲과 평원, 그리고 마을이 보였다. 공중으로 날아오를수록 한파가 더 심해지자, 마리사는 고도를 낮춰 날았다.

 

 “얼른 산에서 벗어나야겠어. 고도가 그래도 좀 낮아지면… 후아! 이제 좀 살 것 같네.”

 

 요괴의 산에서 벗어나 마법의 숲으로 들어서자 한파는 줄어들었고, 이 때다 싶어 마리사는 얼굴을 꽁꽁 싸매던 목도리를 끌어내렸다. 마리사는 바로 마법의 숲 속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다소 허전한 바구니를 보고는 생각을 바꾸었다.

 

 “기왕 나온 김에 마을에서 야채나 좀 사갈까?”

 

 그러나 그 말과 다소 다르게, 마리사는 인간 마을을 넘어 요괴들이 살고 있는 짐승길로 들어섰다. 어찌 보면 그 짐승길도 ‘요괴들의 마을’이라 할 수는 있겠지만, 자리잡고 있는 가옥의 수는 인간 마을에 비해 현저히 적다. 마리사는 천천히 하강하여 지팡이에서 내린 후 평소대로 인간 마을 끝자락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을 찾아가려 했지만 가는 길에 낚시를 하고 있는 익숙한 고양이 요괴를 둘이나 발견했다. 마리사는 두 고양이에게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했다.

 

 “특이하네. 너희 둘이 낚시도 다 하고 말이야.”

 “오랜만이야, 도둑 마법사. 바구니를 보아하니 고기를 사러 온 것 같지는 않고… 또 인간 마을에서 수배 중인가 보지?”

 “서양에서 온 ‘마술사’가 살아있는 그림을 가지고 있다길래 궁금해서 연구 좀 하려고 빌렸을 뿐이야.”

 “하하, 그래 그래.”

 

 붉은색 트윈테일 댕기머리를 한 검은 고양이 요괴는 카엔뵤 린, 지령전의 작열지옥터를 관리하는 요수다. 느긋한 고양이 귀 아가씨와 달리 불만이 가득한 듯한 표정으로 마리사를 노려보는 갈색 고양이 요괴는 첸, 환상향을 관리하는 야쿠모 일가의 식신이다. 평소의 붉고 흰 드레스와 달리 붉고 검은 겨울옷을 입고 온 꼬마 요괴는 마리사에게 화를 냈다.

 

 “진짜, 네가 툭하면 뭔가 훔쳐가니까 자꾸 바깥 세계에서 온 손님들이 우리한테 항의한다고! 빤히 귀빈인 거 알텐데 상대 좀 봐가면서 그러지 그래? 원래대로면 널 바로 잡아서 끌고가야 한다고!”

 “오호라, 그럼 한번 끌고 가볼래?”

 “그… 그건… 그래! 좋아! 탄막-”

 “에이 첸, 괜히 저 녀석한테 힘 빼지 말고. 우리 목표가 있잖아. 송어를 최대한 많이 낚아서 미슷치에게 팔아넘기는 거.”

 

 첸이 마리사의 도발에 발끈하자 오린(카엔뵤 린의 애칭)은 그를 말렸다. 마리사는 두 고양이의 송어 낚시에 대해 물었다.

 

 “송어를 미스티아에게 팔아넘겨? 그 밤참새 녀석 뭘 하길래 송어를 따로 구해달라고 하는 거야?”

 “미슷치가 최근 포장마차 장사에 좀 신경을 쓰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식재료가 필요한데, 송어가 많이 필요하대. 우리도 송어 좋아하는 김에 최대한 많이 잡아서 팔고…”

 “미슷치가 해주는 송어 구이를 잔뜩 먹는 거지!”

 

 첸이 들 떠있는 와중에 마리사는 좀 더 자세하게 물어봤다.

 

 “그거, 일단 팔고나서 돈으로 주는 거지? 무슨 식권 같은 게 아니고?”

 “제대로 텐구 은행에서 발행한 은전으로 주지.”

 “헤에, 좋아, 그럼 나도 껴야겠군! 잠깐 장 좀 마저 보고 올게. 낚시대 하나 준비해줘.”

 “그래 그래. 마침 지금 송어가 제철이니까 머릿수가 많을수록 더 많이 낚일 거야.”

 

 그렇게 해가 질 무렵까지 두 고양이 요괴와 한 인간 마법사의 송어 낚시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그들, 정확히는 두 고양이의 예상 밖으로 흘러갔다.

 

 “뭔 소리야, 오늘은 영원정에서만 장사를 한다니?!”

 “그러니까, 애초에 제가 특별한 곳에서 출장을 가야 하니 송어가 대량으로 필요하다고 했잖아요.”

 “거기가 영원정이라고는 안 했잖아! 허락받지 않거나 특별한 능력이 없으면 못 들어가는 곳이라고!”

 “애초에 특별한 곳이라 하면 홍마관도 있고 별의 별 곳 다 있는데 당연히 어지간해서는 평소처럼 못 온다고 생각하셔야죠!”

 

 검은 고양이와 분홍빛 드레스를 입은 밤참새와 격렬한 언쟁이 오가고 있다. 마리사도, 첸도 오린이 저렇게까지 흥분한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의뢰주인 미스티아 로렐라이는 오린과 마리사, 첸에게 은전 주머니를 넘겨주며 송어를 챙기기 시작했다.

 

 “아무튼, 그래도 평소 매입가보다 웃돈 드리는 거니까 잘 받아갈게요.”

 “젠장, 나는 고대하던 송어구이를 먹으러 온 거라고! 이딴 지상의 은전 따위 쓸모 없어!”

 “아, 나는 은전 때문에 온 거니까.”

 

 오린은 은전 주머니를 바닥에 내팽개치지만 마리사는 열심히 은전을 주었다.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는 사이, 수행원 복장을 한 보랏빛 머리의 달토끼가 나타나서 고양이 요괴에게 경고했다.

 

 “적당히 하시죠, 카엔뵤 린님. 로렐라이님은 단순히 영원정의 일일 요리사로 고용된 것이 아니라 카구야 공주님의 손님으로 초대받은 것입니다. 고작 송어구이 때문에 공주님과 척질 생각은 없으시겠죠?”

 “크윽…….”

 “오린, 오늘은 그냥 돌아가자. 다른 날에 포장마차에 들려도 되잖아.”

 

 오린은 결국 첸의 말대로 남은 송어와 은전을 챙기고 물러섰다. 시무룩한 오린을 달래주기 위해 첸이 남은 송어를 들고 제안했다.

 

 “오린, 송어가 세마리 남은 김에 우리 집에 가서 란 님께 요리해달라고 할까? 그 새대가리보다 훨씬 더 요리를 잘 하신다고!”

 “네 여우 주인이 날 반겨줄 리가 없잖아. 기각.”

 “그럼 지령전으로 놀러가는 건? 저번에 사토리님은 내가 와도 별 신경 안 쓰시는 것 같던데.”

 “옛 지옥이라 해도 일단은 지옥이라서 송어들이 못 버틸거야.”

 “음……. 그래, 어이, 도둑 마법사!”

 

 은전을 세던 마리사가 첸을 바라보자 은전 주머니가 마리사의 품으로 날아왔다.

 

 “뭐야, 이 돈은? 네 몫이잖아?”

 “레이무한테 들었는데 너도 요리에 어느 정도 일가견 있다고 들었는데, 송어 요리를 부탁하마.”

 “이 시간에? 슬슬 마저 하던 연구나 하려고 했는데.”

 “아니면 바로 네 집으로 란님과 함께 쳐들어가줄까? 네가 움직이는 그림을 ‘빌렸다’는 증언도 확보했다고.”

 “큭, 음…….”

 

 마리사는 첸에게 받은 은전을 마저 세보고는 괜찮은 수입이다 싶어서 의뢰를 받아들였다.

 

 “좋아, 그러면 우리 집으로 가자. 송어로 하기 괜찮은 요리가 떠올랐어.”

 

 마리사와 두 요괴 고양이는 인간 마을 외곽을 빙 둘러 미로 같은 마법의 숲 안으로 들어가 전혀 헤메지 않고 마리사의 집에 도착했다. 겉으로는 정갈해보이는 양식 주택의 안에 들어가면 난잡해 보이지만 일단은 ‘마법상점’이라는 점이 드러나는 인테리어가 일행을 맞이했다. 카운터 뒷편에는 생소한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말하는 언어는 확실히 영어였다.

 

 “도와주시오! 도둑놈들이 날 빼돌리려고 하고 있소! 저번에는 수상한 사기꾼 놈이, 이번에는 금발 애송이가 날 도둑질하고 있소!”

 “뭐야, 이 목소리는?”

 

 오린이 독특한 억양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 저번에 빌린 살아있는 그림이 내는 소리야. 분명 음소거 마법진 안에 두었는데 그새 삐져나왔나보네.”

 “살아있는 그림이라길래 당연히 바깥 세계의 ‘애니메이션’일 줄 알았는데 진짜로 마법 오브젝트라니, 이러니까 야쿠모 일가 쪽에서도 난리인 거구만.”

 

 마리사가 다소 흐트러진 그림 액자를 다시 조정해서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 안에 넣자 그림은 더 이상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림 안에는 알 수 없는 영국인 노인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마리사는 일행을 거실의 식탁으로 안내했고 첸으로부터 송어를 받아갔다.

 

 “좋아, 그러면 요리를 해볼까? 원래는 연어로 하는 요리지만, 송어로 해도 괜찮겠지.”

 

 우선 송어를 손질하기 시작한다. 머리를 잘라내고 내장을 제거한 다음, 뼈와 살 사이의 검은 부분까지 긁어낸다. 그 후 포뜨기를 하고 지느러미까지 제거한 후 갈비뼈까지 제거하여 송어 필레로 만들어준다. 

 

 같이 먹을 야채로 양배추와 양파, 피망을 겨울에만 쓰는 주택 밖 음식 창고에서 꺼낸다. 영하의 온도에 얼어붙은 야채를 상온에 녹여주기 위해 이로리(일종의 화로)에서 살짝 떨어진 거리에 둔다. 그 사이 심심해할 두 고양이 요괴를 위해 우롱차를 대접한다. 우롱차를 받은 오린은 마리사의 집 안에 들어온 적은 처음이라 의외의 집 구조를 보고 놀랐다.

 

 “마리사의 집은 특이하네. 분명 양식 주택인데 이렇게 일식 이로리도 있고……. 보통은 벽난로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아, 그건 실험을 하다가 터뜨려먹어서 그래. 겨울이 지나면 다시 제대로 굴뚝이랑 벽난로를 지어야지. 일단은 임시로 이로리를 만들어서 쓰고 있어.”

 “아, 그런 거구만…….”

 “이 정도는 저 도둑 마법사에게는 일상이야. 레이무를 따라 이 집에 오면 매번 형태가 묘하게 달라져 있다고. 아야!”

 

 첸의 머리를 주걱 손잡이로 한 대 때린 후, 해동된 야채를 먹기 좋게 썰어서 가열한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 후 볶아준다. 이 때, 미소 된장과 설탕, 청주, 다진 대파로 만든 양념장을 살짝 풀어서 맛을 내준다. 잘 익어서 부드러워진 야채를 두 고양이에게 대접할 접시에 넓게 펼친다.

 

 여전히 뜨거운 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더 두른 후, 썰어둔 송어를 살 쪽부터 굽기 시작한다. 살 쪽이 잘 구워졌다 싶으면 뒤집어서 남은 양념장을 바른다. 이후 뚜껑을 덮고 후라이팬의 온기만으로 찌듯이 7분 정도 굽는다. 잘 익었다 싶으면 송어를 아까 야채를 펴둔 접시 위에 얹으면 완성이다.

 

 “자, 완성이야. 한번 먹어봐.”

 “윽, 뭐야, 야채가 너무 많은데?”

 “거 편식하는 소리하지 말고 먹어!”

 

 오린은 부드러운 송어를 썰어 한 입 베어먹자,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오, 뭐냐! 이 부드럽고 자극적이면서도 고소하고 담백한 이 맛은! 게다가 부드럽고 포근한 야채 볶음이 입가심도 완벽하게 해주고 있어! 첸, 너도 이 미미(美味)가 느껴지고 있어?!”

 “글쎄, 솔직히 송어로 해먹기엔 묘하게 어색한 맛인 것 같은데.”

 “아…….”

 

 첸이 의외로 쿨한 반응을 보이자 오린은 다소 당황했다.. 마리사도 묘하게 짜증이 났다.

 

 ‘그렇지, 첸 녀석, 평소에도 유카리한테 조르면 환상들이로 연어를 구해서 먹고 하겠지? 바깥 세계에서는 연어를 양식장에서 키운다고도 하니까. 게다가 란의 요리 실력까지 생각하면 내 즉석 요리가 성에 안 찰 수도 있겠어. 부러운 자식…….’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열심히 먹는 첸의 모습을 보자 마리사는 화를 풀었다. 시간이 흘러 두 요괴와 마법사가 식사를 마치자, 요괴들은 돌아갈 준비를 했다.

 

 “진짜 맛있었어, 마리사. 다음에 또 먹으러 놀러올게.”

 “하하하, 오지마.”

 “흥, 이번에 그림을 ‘빌려간’ 것은 일단 모른체 하겠어. 얼른 연구를 마치고 빨리 돌려놓도록 해.”

 “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두 요괴가 돌아가자, 마리사의 집에는 어둠이 드렸다. 하나의 불빛만이 마리사의 공방을 밝힐 뿐…….

 

 “안 돼! 이 금발 도둑 녀석! 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헤헤헤, 금방 끝날 거니까 얌전히 있으라고.”

 

 마리사의 공방의 불빛은 다음날 해가 뜰때까지고 꺼지지 않았다.

 

 

요리편 : 연어와 양배추 구이

 

출처 : <요리 초보자도 맛있게 만드는 일본 가정식 260>, pg. 128

 

재료 (원본 레시피 4인분 기준) :
- 생연어 4도막 → 연어 필레 약 300g (4인분 → 3인분 ~ 2인분)

- 양파 1개 → 1/2개

- 양배추 200g, 피망 3개 → 양배추로 대체, 양파와 비슷한 양

- 식용유 2큰술 → 비슷하게 사용

 

양념장 : 

- 미소 된장 100g → 50g

- 설탕 2.5큰술 → 1~1.5큰술

- 청주 1큰술 → 청주 0.5큰술

- 대파(다진 것) 1/2개 분량 → 사용 안함

 

조리법

① 연어는 반으로 이등분한다. → 연어 필레로 구매하면 그럴 필요 없습니다.

② 양배추는 대충 썰고, 양파는 세로로 이등분하여 1cm 두께로 채썬다.
    피망은 세로로 이등분하여 꼭지와 씨를 제거하고 한입 크기로 적당히 썬다.
    → 피망을 준비하지 못해서 양배추로 메꿨습니다. 야채 조합은 양파 빼고는 식감만 비슷하면
          다소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을 듯 합니다.

③ 양념장을 잘 섞어서 준비한다.

④ 후라이팬에 식용유 1.5큰술을 두르고 중간 불에서 가열하여 손질한 야채를 볶다가
    양념장을 1/3 정도 넣고 살짝 섞으면서 볶은 후 그릇에 넓게 펴 담는다.

⑤ 사용 중이던 후라이팬에 식용유 0.5큰술을 두르고 가열하여 연어를 살 쪽부터 굽다가
    뒤집어서 연어 위에 남은 양념장을 바른다.

⑥ 뚜껑을 덮고 약한 불에서 6~7분 동안 찌듯이 구운 후 야채 위 그릇에 담는다.



요리 후기 : 

 

 이번 책을 연재하면서 제가 대성공한 요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피망과 대파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쉽지만, 제 기호를 생각하면 피망은 없어서 더 좋았을 수도 있고, 대파가 없었어도 양념장은 충분히 맛있었습니다. 재료의 가격이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연어 필레만 잘 구하고 난 후에는 레시피만 잘 따라하면 맛있는 연어 구이가 보장됩니다.

 

 원래는 송어 요리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송어 요리 레시피를 찾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내에서 송어를 구하는 게 다소 까다로웠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 찾아본 결과 송어와 연어가 어느 정도 상호교체가 가능하다고 판단되어서 연어 요리를 대신 준비하여 작 중에서만 송어로 요리하는 것으로 설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