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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환상향견문록/화식파 마리사의 가정식

7월 : 낫토덮밥

by 판타스웜 2024. 9. 26.

7월 : 낫토덮밥

 환상향의 경계선 중 높은 곳 언저리에는 하쿠레이 신사가 있다. 환상향의 무한히 반복되는 결계는 야쿠모 가의 당주가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 결계를 견고히 하고 받들고 유지하는 것은 하쿠레이 신사라고 한다. 그리고 그 신사에는 대대로 강력한 무녀가 선대로부터 계승하거나 용신에 의해 선발되어 자리를 지킨다고 한다. 홍백의 무녀, 하쿠레이 레이무는 그런 강력한 존재이지만 인간 마법사 키리사메 마리사에게는 평범한 동년배 소녀 친구이기도 하다.

 마리사는 평소처럼 마른 하늘을 빗자루로 가로질러 하쿠레이 신사에 도착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다소 고약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인간 마을의 어르신들은 좋아할 법한 냄새지만 하쿠레이 신사의 뒷편에서 나는 냄새는 유독 고약하게 느껴졌다. 마리사는 코를 막고 신사의 마당으로 내려가 착지했다. 마당에는 냄새 때문에 괴로워하는 신사지기 코마이누, 코마노 아운이 있었다. 마리사는 냄새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

 “안녕, 코마이누. 이 지독한 냄새는 도대체 뭐야?”
 “으윽, 레이무 님이 만든 낫토 냄새예요.”
 “이게 낫토 냄새라고? 보통 낫토 만들면 이 정도까지는 아닐 텐데. 것보다, 낫토는 왜 만든대?”
 “그게 말이죠. 요괴들이 계속 신사에 와서 귀찮게 구니까 콩을 던져서 쫓아내긴 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그 요괴들이 탄막 피하듯이 회피하면서 여전히 귀찮게 구니까……. 으악, 냄새 때문에 코가 너무 힘들어요.”
 “그러니까 아예 낫토 냄새로 요괴들이 근처에 오는 것까지 막겠다는 거구나. 스이카랑 레밀리아도 그렇고 레이무도 그렇고 참 지독하구만. 레이무는 지금 어딨어?”
 “낫토를 만들려고 세운 창고 안에 있어요.”

 마리사가 코마이누가 알려준 창고로 들어가자 자잘한 볏짚 묶음이 지독한 냄새를 풍겼다. 겨드랑이가 드러나는 홍백의 기묘한 무녀복을 입고 있는 무녀가 볏짚을 열어보면서 낫토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마리사는 코를 손가락으로 집으면서 레이무에게 말을 걸었다.

 “으윽, 레이무, 이 낫토들은 다 뭐야? 아무리 스이카가 귀찮게 굴었다 해도 말이지. 이럴 바에는 몽상봉인으로 해치우는 게 낫지 않아?”
 “아, 안녕, 마리사. 온 김에 너도 오늘 점심에 먹을 낫토 골라봐.”
 “아니, 그 코마개는……. 너도 냄새 때문에 힘들다는 거잖아?”
 “일단 골라봐. 여기서 이야기하긴 낫토한테도 우리한테도 안 좋으니까.”

 마리사는 적당히 볏짚을 고르고 대강 안에 있는 낫토의 상태를 보고 창고에서 나왔다. 보통 삶은 콩을 볏짚 안에 넣고 실온에 발효시키면 낫토라는 고약한 먹거리가 탄생하는데, 하쿠레이 신사의 낫토는 묘하게 냄새가 더 진했다. 마리사가 창고 밖으로 나가자 레이무가 다시 말했다.

 “마리사, 그 낫토 확실히 별 문제 없는지 확인해봐.”
 “어? 응. 별 문제 없는데. 뭐야, 설마 그럼 지금 상한 낫토를 찾는 중인 거야?”
 “반대야. 멀쩡한 낫토를 적당히 고르고 나머지 의심되는 것들은 인적 드문 곳에서 소각하려고. 마을에서 낫토 만드는 아저씨들이 하라는 대로 한 건데 왜 이리 됐을까?”
 “글쎄다. 내가 더 도와줄 건 없어? 네 코마이누 지금 코가 괴로워서 온 몸을 비틀더라.”
 “흠, 온 김에 팔괘로의 불 좀 빌려줄 수 있어? 아예 확 태워버리는 게 나을 것 같으니까.”
 “그래, 이왕 하는 김에 얼른 해결하자.”

 두 소녀는 멀쩡한 낫토를 최대한 골라서 신사 부엌으로 옮긴 후, 낫토 전용 창고에서 얼른 지독한 냄새가 나는 볏짚 더미를 모조리 꺼내서 산 속 인적 드문 공터에 옮겼다. 마리사는 냄새의 근원을 팔괘로로 불태웠고 완전소각되는 것을 목격하자 레이무와 함께 다시 신사로 돌아갔다. 신사 마당에는 냄새의 고통에서 해방된 듯 하지만 여전히 지쳐 있는 코마이누가 드러누워 있었다. 마리사는 무방비한 코마이누의 배를 만지면서 말했다.

 “이 녀석, 드디어 고통에서 해방된 것 같군. 그래서, 오늘 점심은 낫토라고?”
 “맞아. 잠깐만 마루에서 기다려봐. 밥상 차려올테니까.”

 레이무는 부엌으로 가서 솥 안의 쌀밥을 그릇에 담은 후 별도의 접시에 낫토를 담아서 식탁에 차렸다. 그리고는 마리사에게 젓가락을 주고는 먹기 시작하려고 했다.

 “잘 먹겠습니다.”
 “....... 어이, 레이무, 진짜 이렇게만 먹는다고? 밥이랑 낫토만?”
 “오늘 딱히 한 것도 없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음, 역시 무말랭이라도 가져올까?”
 “아니, 반찬 문제가 아니라……. 밥에 낫토를 얹어먹는데 다른 건 아무 것도 안 넣냐고.”
 “사치스러운 녀석, 밥에 낫토면 충분하지. 너도 요즘 인간 마을 외래인들처럼 생선 회 넣어 먹고 그러냐?”
 “아니! 그 문제가 아니고……. 별 수 없지. 잠깐 부엌 좀 빌릴게.”

 마리사는 식탁 위의 공기밥과 낫토를 가지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마리사는 간단한 낫토덮밥을 만들기로 했다. 먼저 공기밥 위에 낫토를 얹은 후 고명처럼 썬 대파를 조금 올린다. 그리고 계란을 밥그릇 당 하나씩 준비하고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하여 밥 위에 노른자만 올린다. 간 와사비 소량과 간장으로 간을 하면 완성이다. 남은 흰자는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하고 간단한 계란 후라이로 만든다. 마리사는 낫토덮밥을 레이무 앞에 놓았다.

 “자, 한번 먹어봐, 와사비나 간장이 모자라면 좀 더 넣어도 돼.”
 “계란까지 썼다고? 그냥 낫토면 충분할 텐데……. 오, 이거 맛있는데?”
 “계란까지는 그렇다 쳐도 간은 따로 맞춰줘야지 먹을만 하지.”
 “너도 먹어, 마리사.”
 “그래. 잘 먹겠습니다.”

 두 소녀는 간단하지만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마루에서 코마이누와 공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도 신사의 보에는 낫토묶음이 대롱대롱 메달려 있었다. 마리사는 다시금 레이무의 낫토 소동에 대해 물었다.

 “맞아, 마저 하던 이야기를 하자고. 낫토가지고 이 난리를 핀 이유는 뭐야? 지금도 저기 보에 낫토를 달아둔 것도 그렇고. 스이카가 또 뭔 일을 저질렀어?”
 “스이카 문제가 아니야. 뭐, 저것 때문에 요즘 안 보이긴 하더라.”
 “그러면 레밀리아?”
 “레밀리아도 아니야. 애초에 레밀리아는 흡혈귀가 오니랑 비슷해서 마메마키(豆まき, 절분(節分, 세쓰분, 입춘 전날 일본 명절) 날에 오니를 쫓아내기 위해 오니가 싫어하는 콩을 뿌리는 풍습)나 먹힌다는 거지 낫토를 못 견딜 정도는 아니야. 그저께도 오긴 했어. 냄새 때문에 금방 돌아갔지만.”
 “호시구마 유기는 간혹 스이카 찾으러 나온다고는 해도 어지간해서는 옛 지옥에 있을 테니까 아닐 거고…….”

 마리사가 갈피를 못 잡자 레이무는 짜증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답했다.

 “오니 한명 더 있잖아.”
 “오니가 한명 더……. 설마, 이바라키 카센? 아니, 그래도 카센은 나름 선인이잖아? 마메마키가 먹힌다고?”
 “먹히더라고. 그런데 마메마키를 해 봤자 탄막놀이하듯이 다 피하니까 피할 수 없는 이 낫토의 냄새로 접근을 막는 것이지. 원래는 오늘 태웠던 낫토의 강렬한 냄새로 계속 막는 것인데 아운이 점점 더 힘들어하니까 평범한 낫토를 써먹어보려는 것이지. 잘 먹혀야 할 텐데 말이야.”
 “근데 레이무, 너 카센한테 수련받는 중이지 않아? 설마 그 수련이 싫어서 그런 거야?”

 마리사의 추궁에 레이무는 잠깐 침묵을 지키다가 마지못해 말했다.

 “그 망할 오니 선인이 적당히를 모르잖아! 요즘 외래인들 이야기 들어보면 주 5일 일하고 주 2일이나 쉰다는데 망할 선인은 일요일 쉬는 것은 커녕 매일매일 하루도 빼먹지 않고 밥 먹는 시간까지 빼서 10시간씩 수련시키려고 한다고. 하도 힘들고 짜증나니까 그래서 이렇게 자체 휴일을 만든 것일 뿐이야.”
 “오호, 그렇단 말이군요? 누가 들으면 무녀의 수련이 회사 근무인 줄 알겠습니다.”
 “으악!”

 마리사 이외의 누군가가 대답하자 레이무는 깜짝 놀랐다.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환상향의 삼현자 중 한명이자 오니로부터 선인이 된 이바라키 카센이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분홍색과 녹색의 도사복을 입고 있었지만, 이질적인 집게가 코를 집어 콧구멍을 막고 있었다. 카센은 코맹맹이 소리로 말을 이었다.

 “무녀의 수련, 하쿠레이 레이무, 당신이 하는 수련은 마치 신체를 단련하는 운동 선수의 수련과 같은 것! 운동 선수가 매일 운동과 단련을 빼먹는 적이 있는가요?”
 “하지만 그래도 매일 10시간은 너무한-”
 “어리광 부리지 마세요!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당신의 책임은 막중하다는 것을 잘 아시잖아요. 언제 큰 적이 나타나 환상향을 위협해도 모를 이 시국! 특히 지난달 명계의 이변에 휘말리면서 수련을 빼먹은 것도 메꿔야 합니다. 그래서 좀 힘들어도 매일 10시간 수련해야 한다는 것인데도 당신은-”
 “에잇! 누가 들으면 내가 그때 명계에서 놀다온 줄 알겠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당신을 퇴치해서 매일 10시간 수련 따위 필요없다는 것을 증명하겠어!”
 “흥, 매일 10시간 수련은 옛 계획. 오늘부터 한달동안 24시간 지옥 훈련이다!”

 오니 선인과 폭력 무녀의 투지가 불타오르는 것이 느껴지자 마리사와 코마이누는 빗자루를 타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휘말리기 전에 도망쳐야지. 으악! 아운, 너까지 태우기엔 빗자루가 못 버틴다고!”
 “그러지 말고 태워주세요! 뛰어가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구요. 종종 앨리스 님이나 파츄리 님도 타잖아요.”
 “그건 걔들은 너랑 다르게 돌덩이가 아니니까… 으악! 피해야 한다!”
 “영부,「몽상봉인」!”


요리편 : 낫토덮밥

출처 : 만개의레시피 - [일본가정식]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는 낫또 맛있게 먹는 법 :: 낫또덮밥
링크 : https://www.10000recipe.com/recipe/6838495

재료 (원본 레시피 1인분 기준) : 
- 밥 1공기
- 계란 노른자 1개
- 낫토 1인분(한국 레시피이므로 한국 마트에 파는 시중 낫토 1인분이면 됩니다.)
- 대파 약간
- 생와사비 약간
- 간장 1/2t

조리법
① 낫토 한 팩을 젓가락으로 저어서 진액이 나오면 공기밥 위에 올린다.
② 가운데에 고명처럼 다진 대파를 뿌리고 노른자를 올린다.
③ 생와사비와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 한국 시중 판매 낫토 팩에는 간장과 겨자가 동봉되어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도 충분합니다.


요리 후기 : 

 요리라고 할 것도 없긴 하지만 제가 종종 집에서 자주 먹는 음식입니다. 원래 청국장도 좋아하는 편인데 청국장은 재료까지 갖추고 끓여야지 제 맛이 나서 혼자 해먹기 좀 애매하지만 낫토 덮밥은 쉽게 먹을 수 있습니다. 딱히 계란 노른자나 대파가 없어도 낫토 한 팩으로 충분한 맛이 나며, 고기 등 다른 재료와도 생각보다 잘 어울립니다. 아무튼 한국도 일본도 청국장과 낫토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서로 많이 닮은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