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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환상향견문록/화식파 마리사의 가정식

10월 : 사과 카레라이스

by 판타스웜 2024. 9. 29.

10월 : 사과 카레라이스

 청록빛으로 가득했던 마법의 숲도 단풍이 많이 지었다. 일반적인 숲과 달리 마법의 기운이 깃든 나무들은 단풍이 지자 잎이 보라빛으로 변했다.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 보라색, 파란색, 녹색, 여러색으로 물든 마법의 숲은 가히 무지개숲이라고도 불릴만 했다. 인형술사이자 마계의 마법사인 앨리스는 자신과 늘 함께하는 상해(상하이)인형과 함께 책 한권을 챙기고 인간 마법사 키리사메 마리사의 집으로 향했다. 앨리스가 문을 노크하자 마리사가 마중을 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앨리스는 마리사 뒷편으로 보이는 광경 때문에 다소 인상을 찡그린 채 집 주인에게 인사했다.

 “안녕, 마리사. 근데……. 예상 외의 손님이 와 있네? 오늘 우리 둘끼리만 식물조종술에 대해 연구할 줄 알았는데.”
 “아, 파츄리 말이지? 다소 드문 일이다만 홍마관에서 레밀리아랑 대판 싸웠나봐.”
 “그래서 삐진 상태로 마리사네 집으로 왔다고?”
 “파츄리가 가출해서 환상향 내에서 갈만한 데가 많은 편은 아니니까.”
 “하긴……. 히키코모리 사서를 반길만한 곳은 별로 없긴 하지.”

 앨리스가 대놓고 파츄리에게 꼽을 주자 파츄리 역시 반격했다.

 “마치 마계의 아가씨는 환상향 내에 갈만한 곳이 많은 듯이 말하는군?”
 “무, 무슨 소리야? 날 반기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그럼 이름을 대보시지?”
 “그… 어디냐……. 아! 일단 홍마관-”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 홍마관이 널 반길 리가 없잖아. 마신 직속 신하가 사찰 오는 느낌이라고.”
 “그러면 하쿠레이 신사.”
 “레이무는 일반 인간 손님이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누구든 반기지는 않을걸? 그냥 귀찮아도 오가는 것에 신경을 안 쓴다는 느낌이랄까…….”
 “마리사는 다물고 있어! 으……. 으……. 음, 몽환관?”
 “그 카자미 유카가 널 반긴다고? 그거 플러스인 건 맞아?”
 “어릴 때 어쩌다보니 알게 된 사이지만……. 아무튼! 오늘 나랑 마리사는 식물조종술 연구를 하기 위해서 약속을 잡은 날이니까 너는 구석에서 조용히 책이나 읽고 있어.”

 앨리스와 파츄리가 서로를 더욱 격렬하게 노려보자 마리사는 말리기 시작했다.

 “이봐, 둘 다 진정해. 평소에는 그래도 같이 잘 놀았잖아?”
 “조용히 해! 따지고 보면 이게 다 마리사가 오늘 약속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파츄리가 단순히 레밀리아랑 싸워서 가출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서 그래. 앨리스가 이번만큼은 좀 이해해줘.”
 “그렇게 말해도……. 칫, 알았어.”

 마리사가 앨리스를 달래는 사이, 파츄리는 이전에 들었던 식물조종술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아까 식물조종술 연구를 한다고 했지? 내가 도와줄까?”
 “아니.”
 “앨리스, 그만. 도와주면 고맙지. 근데 파츄리가 식물조종술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은 처음인데.”
 “잘 아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수라계의 대학에서 식물학을 공부한 적은 있어.”
 “수라계? 그 아수라의 수라계를 말하는 거지?”
 “맞아. 법계처럼 마계에 있는 곳 중 하나야. 마신 아후라 마즈다가 관장하는 영역이지.”
 “그렇구나. 그런데 마신이라고? 마신은 신키 아니었어? 앨리스 엄마.”

 의외로 파츄리도 명확하진 않은지 바로 대답을 못하자 앨리스가 대신 대답했다.

 “마신 칭호는 마계 내 ‘계’를 관장할 정도면 누구나 달 수 있어. 마계 전체를 창조하고 관리하는 신키님도 마신이지만 그 안의 수라계를 관리하는 아후라 마즈다님도 마신이라 불릴 수 있지. 그런데 아후라 마즈다님은 마신이라 불리는 것을 되려 안 좋아할텐데? 어디까지나 본인을 선신이라 생각하니까.”
 “마지막에 연락한 바로는 그냥 포기했더라고. 뒷담화로 ‘아수라 남작’ 같은 소리나 안 하면 다행이라 하더라.”
 “맞아, 이왕 마계 출신 마족이 둘이나 모인 김에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그 헤카티아 라피스라줄리라는 신도 마계 등 각종 이계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떻게 되는 거야? 신키와 모순되는 것 같아서.”
 “이건 신키 따님이 알 것 같은데? 대부분 마족들은 마계의 정확한 기원에 대해서 잘 몰라. 신키를 잘 모르는 녀석들도 흔하니까.”

 갑자기 어려운 질문에 답해야 하는 상황에 놓은 앨리스는 갑자기 두통이 오는 듯이 머리를 잠깐 짚더니 이내 답했다.

 “최대한 요약해보지. 티탄 신 헤카티아가 ‘마계’라는 ‘땅, 자연, 환경’을 만든 자연신이라 하면 신키님은 ‘마계’라는 ‘마족의 사회, 개념, 문명’을 만든 ‘건국자’로 보는 게 맞을 거야. 물론, 그것과 별개로 신키님이 마족들의 기원이 되는 어머니인 것도 맞고.”
 “그러면 레밀리아나 플랑도 신키님이 만든 존재야?”
 “어디까지나 마족들의 기원이 신키님인 것이지 마족이 낳은 마족들이 더 많지. 더불어 상당히 적은 수지만 아후라 마즈다님처럼 신인데 마족도 된 경우도 있고, 신키님 본인처럼 천사인데 ‘타락’하여 마족이 된 경우도 있지. 음, 레밀리아는- 으악, 파츄리! 갑자기 뭔 짓이야!”
 “뭔 말을 하려는지 아니까 더 이상 말하지마. 레밀리아는 드라큘라 블라드 체페슈의 후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아마 식탁 밑에서 파츄리가 앨리스의 정강이를 걷어찬 듯 하다. 둘이 또 서로를 열심히 노려보자, 마리사는 주제를 돌렸다.

 “아, 아무튼, 파츄리. 식물조종술 연구에 도와준다니까 고마워. 차를 마저 마시고 바로 연구를 시작하려는데 둘 다 어때?”
 “그러지. 그런데 파츄리에게 연구 주제를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맞아. 연구 주제만 알면 바로 시작할 수 있어. 뭘 연구하는 거야?”
 “후훗, 연구 목표는 인간 형태를 취할 수 있는 식물이 씨앗일 때부터 조종술을 걸어서 저절로 땅에서 나와 명령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야. 시작은 인삼과 도라지부터 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만드라고라가 소리지르는 것 없이 땅 속에 나와 명령을 따르게 할 거야.”
 “재밌는 주제인 걸? 좋아, 해보자.”

 그렇게 세 마법사의 연구가 시작되었다. 먼저 앨리스와 마리사가 이전부터 심어놓아 다 자라가는 작물에 마저 성장 촉진 마법을 부여하였다. 다 자란 작물은 인간처럼 팔다리가 있는 평태를 취하여 땅속에 알아서 나와 화분 밖으로 정렬하였다. 도라지와 인삼은 물론, 만드라고라도 원하는 대로 정렬했지만 문제는 만드라고라가 땅속에 나올 때 소리지르는 것은 어찌 통제가 안 되었다. 세 마법사는 실험 결과를 토대로 어떻게 대처할지 토론하면서 다음 실험을 위한 주문을 짜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슬슬 배가 고픈지 마리사는 저녁 이야기를 꺼냈다.

 “연구는 이 정도로 마무리 짓자. 저녁 식사는 어떻게 할까?”
 “뭐, 파츄리는 디저트 말고는 별 생각 없을 거고-”
 “수라계에서 먹던 음식을 먹고 싶네. 치킨 마크니라던가…….”
 “마그니? 갑자기 북유럽 신화?”
 “아냐, 마리사. 치킨 마크니라고 인도 커리 요리가 있어.”
 “커리? 아, 카레. 음……. 난 카레 만드는 법 모르는데.”
 “치킨 마크니……. 아니, 카레. 먹고 싶어.”
 “....... 그렇구나. 그것 때문에 레밀리아랑 싸웠구나.”

 평소에 디저트 외에는 식사에 대한 의견이 별로 없던 파츄리가 유독 확고한 의견을 보이자 마리사는 대강 파츄리가 가출한 이유를 파악했다. 레밀리아 본인은 플랑에 비해 ‘당주 아가씨 답게’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한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양학적인 측면의 이야기지 식재료에 대한 편식은 상당하다. 아마도 파츄리는 고향을 생각하며 카레를 먹고 싶었지만 레밀리아가 계속 극구 거부하다가 결국 파츄리가 더 이상 참지 않고 가출했을 것이다. 마리사는 계속 고민하다가 이전에 카라스 텐구 샤메이마루 아야에게 받은 ‘텐구 카레’라는 것이 떠올랐다.

 “맞아, 샤메이마루 아야가 준 그게 있어. ‘텐구 카레’라고, 그 뭐냐, 카레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가공한 레토르트 식품이란 거래. 이거면 어때, 파츄리?”
 “텐구 녀석들 카레라니, 좀 불길하긴 한데, 좋아.”
 “좋아, 그러면 이 포장지 뒤에 레시피를 따라 만들어보자.”

 먼저 포장지에 제안한 대로 감자, 당근, 양파, 고기를 준비하여 먹기 좋게 썬다. 마리사는 저번에 야만바와 교환한 멧돼지 고기를 쓰기로 했다. 재료는 각각 권장량이 있으나 전체 양만 맞춘다면 다른 비율 및 비슷한 재료로 대체가 가능하다. 다만, 양파는 맛을 내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가능하면 적힌 양에 맞춰 넣어야 한다. 먼저 재료를 기름에 둘러 잘 볶아준다. 양파, 감자와 당근, 고기 순으로 넣으면 된다. 고기 겉면 색이 바뀔 때 물을 붓고 15분동안 푹 끓여준다. 감자와 당근이 다 익으면 레토르트 카레 덩어리를 넣어 잘 풀어준다. 이대로 끝내려고 하자, 앨리스가 마리사에게 큼직하게 썬 사과를 주었다.

 “여기다가 사과를 넣어서 살짝 익혀주면 더 먹기 좋을 거야. 파츄리가 원하는 치킨 마크니의 맛은 안 나겠지만 일단 적당히 어울리는 달콤새콤한 맛은 날 거니까 괜찮겠지.”
 “그래? 그럼 넣어보자.”

 그렇게 사과를 살짝 뎁히는 정도로 좀 더 카레를 끓인 후 접시에 흰 쌀밥을 뜨고 카레를 부으면 사과 카레라이스 완성이다. 파츄리가 먼저 한술 떠서 먹자, 반응을 보였다.

 “역시 내가 원하던 맛은 전혀 아니네.”
 “윽, 너무해.”
 “하지만 맛있어. 고마워, 마리사.”
 “....... 그럼 다행이야. 아, 참고로 사과를 넣자는 건 앨리스의 아이디어였어.”
 “마리사! 그걸 굳이 왜 말하는 거야!”

 세 마법사의 밤은 그렇게 달콤한 사과향을 풍기며 깊어갔다.



요리편 : 사과 카레라이스

출처 : 에스비 골든카레 패키지 뒷면 + 사과 추가

재료 (원본 레시피 5~6인분 기준) : 
- 감자 150g
- 양파 300g
- 당근 100g
- 고기 250g → 닭가슴살 사용
- 식용유 2큰술
- 물 750ml
- 골든카레 1블럭
- 사과 1개

조리법
① 감자, 양파, 당근, 고기, 사과를 모두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② 냄비 안에 식용유를 두르고 중불에 감자, 양파, 당근, 고기를 볶는다.
     → 익는 순서대로 양파, 감자와 당근, 고기 순으로 넣는 것이 좋다.
③ 어느 정도 익힌 후(고기 겉면 색이 바뀔 때) 물을 부은 후 15분~20분간 끓인다.
④ 고체 카레를 넣은 후 잘 풀어준다. 이후 사과를 넣어 조금 더 끓인다. (사과를 푹 익히면 안된다.)
⑤ 충분히 끓였다 싶으면 카레를 먹을 만큼 떠서 밥 위에 부으면 완성이다.


요리 후기 : 

 흔한 레토르트 카레 요리입니다. 보통 카레마다 요리법 상자 뒤에 적혀 있어서 그것을 따라하면 됩니다만, 애초에 다소 자유롭게 재료 변경도 가능하다보니 그렇게 꼼꼼하게 레시피를 지킬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너무 안 어울리는 것을 넣으면 곤란합니다. 굳이 사과 카레라이스를 주제로 선정한 이유는 이 시기쯤 나가노 현 제철 식품이 사과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과로 하는 요리 중 마땅한 게 안 떠올랐는데 마침 사과 카레라이스가 떠올랐고, 파츄리의 이름 어원이 인도에서도 쓰이는 타밀어이기 때문에 파츄리와 카레를 엮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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