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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환상향견문록/화식파 마리사의 가정식

11월 : 계란찜

by 판타스웜 2024. 9. 30.

11월 : 계란찜

 늦은 저녁, 인간 마을은 어둠이 가득하지만 몇몇 군데에는 여전히 불빛이 발하고 있다. 그 중 한 군데는 예탄정이라는 술집이었다. 평소에는 인간 손님들도 여럿 있을 때였으나, 오늘은 오니 하나와 흑백의 마법사 키리사메 마리사만 있었다. 예탄정의 점원 오쿠노다 미요이는 오니 이부키 스이카와 키리사메 마리사의 앞에 술을 따르고 안줏거리를 대접했다.

 “여기 있습니다. 스이카님에게는 청주, 마리사님에게는 맥주. 안줏거리는 일단 에다마메(삶은 풋콩) 드릴게요.”
 “오, 고마워, 미요이. 그래서 마리사, 오늘 날 찾아온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보통 날 찾아오는 편은 아니잖아?”
 “별 거는 아니고……. 너랑 유기가 술에 대해 잘 아는 편이니까 술에 대해서 좀 물어보려고.”
 “어떤 게 궁금한 건데?”
 “그……. 서양 출신의 악령이 좋아할 만한 술이 뭐가 있어?”
 “서양?”

 스이카는 마리사의 진의가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잠시 조용히 있었지만 미요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서양이라 해도 범위가 너무 넓은 것 아닌가요? 하다못해 문화권이라도 알아야 할텐데.”
 “그게……. 그건 잘 몰라. 서양에서 환상향으로 왔다는 것 밖에. 아니, 확실한 정보는 서쪽에서 환상향으로 왔다는 것이지. 쓰는 마법과 주술은 서양 쪽이 많지만 그렇다고 동양 쪽 기술도 꽤나 사용하고 말이야.”
 “아무래도 그렇게 애매한 정보로는 아무것도 유츄할 수 없지 않을까요? 그 악령이 누군지 아신다면 그걸 바로 알려주셔야-”
 “아니, 미요이. 뭔 상황인지 알았어. 그 악령이 누군지도 알겠고. 아무래도 마리사는 그 이름을 입에 올리기 껄끄럽겠지.”

 미소짓고 있는 스이카는 술잔을 들이키고는 다시 말했다.

 “네가 원하는 술이 뭔지는 내가 정확히 알아. 하지만 맨입으로는 안 알려줄 거야. 그래, 내 수수께끼를 하나 낼테니, 그걸 맞추고 요리까지 하면 알려주지.”
 “요리라니, 바로 감이 오는걸? 술 안주를 요리해달라는 거겠지?”
 “맞아. 그런데 아무 술 안주면 안 돼. 첫째, 이 요리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지만 고기를 먹는 것과 같아. 둘째, 이 요리는 디저트가 될 수도 있고, 식사거리가 될 수도 있고, 술 안주가 될 수도 있어. 셋째, 미스티아와 쿠타카가 아주 싫어할 것 같지만 의외로 가장 애용하는 식재료를 사용해. 이 요리는 과연 무엇일까?”

 스이카는 나름 그럴싸한 수수께끼를 냈다고 생각했지만 마리사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뻔하네. 계란찜이지?”
 “으엑! 어떻게 그리 쉽게 맞췄지?”
 “스이카님, 세번째에서 답을 거진 다 알려주셨잖아요.”
 “아, 역시 그런가? 두번째만으로는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좀 티나는 힌트를 준건데.”
 “그래서, 계란찜을 해오면 되는 거야?”
 “오늘 예탄정이 원래 쉬는 날이라 점장님도 주무시니까 여기 부엌을 쓰시면 될 거예요.”
 “그러면 실례할게, 미요이.”

 먼저 계란 두개와 다시마, 소금을 준비한다. 물 한 컵 정도 담은 냄비에 다시마를 넣고 끓여서 육수를 준비한다. 그 사이에 계란 2개를 잘 푼 후 체에 한번 거른다. 그 다음 준비한 육수와 계란, 소금 약간을 잘 섞어서 적당한 자기 그릇에 담고 구멍이 나 있는 뚜껑으로 덮는다. 큰 냄비에 물을 자작하게 붓고 삼발이를 사용하여 중간 체를 올리고 앞서 준비한 계란찜 그릇을 올려서 끓이면 부드러운 계란찜이 완성된다.

 마리사가 계란찜을 미요이에게 넘기자 미요이가 스이카 앞에 계란찜을 서빙했다. 스이카는 뚜껑을 열고 계란찜을 한입 떠 먹어보았다.

 “음, 역시 계란찜은 이래야지. 요즘 애들은 귀찮다고 너무 대충 계란을 요리한단 말이지. 계란 후라이를 올려 먹어야 하는데도 그냥 삶은 달걀을 썰어 주지 않나.”
 “꼰대 같은 소리 그만하고 그 술이나 알려줘.”
 “어허! 내가 나름 선의를 가지고 알려주려고 하는데 꼰대라고?”
 “....... 부디 알려주십쇼, 오니 어르신.”
 “쳇, 그게 어딜 봐서 공손한 태도냐? 에헴, 그래도 약속대로 알려주자면……. 마리사, 네가 저번에 빚었던 술이야.”

 마리사는 그 말을 듣고 바로 알아챘다. 마리사가 애초에 술을 빚은 적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술이 있으니, 바로 벌꿀술, 미드(Mead)였다.

 “갑자기 골치 아팠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이전에 마리사님 때문에 꿀벌로 난리 났던 때에 만드셨던 그 술 말이죠?”
 “맞아. 네가 말하는 악령에게 향수병을 자극할 법한 술이지. 뭐, 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좀 오래된 악령들은 벌꿀술에 대한 향수가 어느 정도 다 있을 법 하지만 말이야.”
 “잠깐, 그러면 그냥 대충 아무 악령한데 먹힐 법한 술을 추천해준 거 아니야?”
 “헤헤, 그건 과연 어떨까? 그런데 중요한 건 술의 종류 자체가 아니야. 그 술을 어떻게 빚어내냐는 것이지.”

 스이카는 갑자기 마리사의 턱을 살짝 잡았다.

 “네가 책에서 본대로, 나름 문명화된 방식으로 빚으면 안 돼. 좀 더 원초적인 방식으로 빚어내야 하지. 옛 여인들이 원정을 떠나는 전사들을 위해 꿀을 입에 머금은 채 자신의 체액을 섞은 후 토기에 모아 발효시키는 방식……. 그 방법만이 고대의 악령을 만족시킬 수 있지.”

 괜히 분위기 잡는 스이카의 손을 뿌리친 마리사는 얼굴이 빨갛게 되어 있었다.

 “으이씨, 너말야 거창하게 포장하고 있지만 결국 꿀에 일일이 침을 섞어서 술을 만들라는 거잖아!”
 “뭐, 그런 셈이지. 그러면 고생하라고~.”

 마리사는 스이카의 갑작스런 행동에 화를 내면서 예탄정을 떠났다. 그리고 다음 날, 마을에서 꿀을 사온 마리사는 일일이 꿀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뱉는 작업을 반복했다. 마리사의 혀는 계속된 단 맛에 마비되어가는 듯 했지만, 그래도 목표량만큼은 어떻게 완료했다. 그렇게 2주가 흘러, 마리사는 완성한 벌꿀술을 가지고 눈이 조금 쌓인 외딴 산 정상에 올랐다. 비록 큰 산은 아니지만 저 멀리 요괴의 산은 물론 하쿠레이 신사도 보이기에 그리 낮은 산은 아니었다.

 마리사는 생각보다 자주 쓰인 듯한 평평한 돌판 위에 마법의 유리구슬 하나를 올리고, 그 옆에 준비해온 벌꿀술 병과 잔을 올렸다. 마리사는 인근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멍하니 구슬을 바라보지만 구슬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마리사는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 주에 드디어 식물조종술 연구를 완성했어. 만드라고라가 소리도 안 내면서 땅에서 스스로 걸어나와서 수확물 바구니에 간다고. 뭐, 그래봤자 인간 마을에서는 도라지나 인삼 키울 때나 써먹겠지만 말이야. 아예 당근을 인삼처럼 인간 형태로 자라도록 하면 식물조종술을 병행할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도 나오더라고.”
 “.......”
 “맞아, 이번 앨리스 생일에 신키가 드레스를 보내줬는데 엄청 웃겼다. 완전 중세 시대 드레스를 보내줘서 말이야. 앨리스는 창피하다고 창고에 박아넣고 한번도 안 꺼내입더라고.”
 “.......”
 “레이무는 저번에 말한 그 오니 선인이랑 수련하느니 마느니하면서 계속 싸우더라고. 우리는 정 반대였지? 내가 새 마법 아무리 알려달라고 졸라도 ‘인간 꼬맹이가 그런 마법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잖아?’라면서 안 알려줬으면서. 하지만 이제 그 마법들, 대부분 쓸 수 있다고. 몇가지 남긴 했지만 말이야.”
 “.......”
 “....... 도대체 어디 간 거야? 환상향에 레이무도 있고 퇴마사와 도사들도 있고 삼현자에게도 찍혔으니까 여기 있기는 힘들다는 건 알겠어. 알겠는데……. 그렇다고 지옥으로 되돌아간 것도 아니잖아? 마계에도 명계에도 없다고 하고 도대체 어디있는 거야?”
 “.......”
 “레이무는 자신이 봉인했다는 듯이 말하지만 거짓말인 거 다 티나. 분명 어딘가로 빠져나가서 돌아다니고 있겠지? 그런데 왜 한번도 제자를 보러 오지 않는 거야? 왜?”
 “.......”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미처 못 알려줬던 마법들을 다시 알려줘. 언젠가는 돌아와줘. 미마님…….”
 “.......”

 점점 몸이 얼 지경이 되어가자 마리사는 산 밑으로 내려갔다. 바람이 불면서 마법 구슬은 어딘가로 굴러 떨어졌고 그 자리에는 벌꿀술만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샌가 사라졌다.


요리편 : 푸딩 계란찜

출처 : 만개의레시피 - 일본식 계란찜 부드럽게 하는법, 푸딩 계란찜
링크 : https://www.10000recipe.com/recipe/6323814

재료 : 
- 달걀 2개
- 자른 다시마 3~4개
- 물 250ml
- 소금 1티스푼

조리법
① 물과 다시마를 끓여서 육수를 진하게 우려낸다.
② 달걀 2개를 풀어서 체에 걸러낸다.
③ 소금 1 티스푼으로 간을 하고 달걀과 육수를 잘 섞는다.
    → 이 때 설탕을 넣어 디저트 느낌의 단맛인 계란찜을 만들 수도 있다고 합니다.
④ 계란찜 용기에 담은 ③을 비닐랩에 잘 싸서 스팀 배출 구멍을 만들어준다.
⑤ 냄비에 물을 자작하게 붓고, 삼발이를 사용하여 중간 체를 올리고 계란찜 용기를 올려 끓인다.
    → 곡 중간 체에 올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계란찜 용기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요리 후기 : 

 간단한 재료에 비해 요리가 상당히 손이 가는 편이긴 합니다. 한국식 계란찜에 비하면 여러모로 처리해줄 것이 많습니다. 물론 그만큼 맛이 있기에 충분히 해먹을만 합니다. 더불어 소금을 넣을 때 디저트 느낌의 계란찜을 원한다면 설탕을 넣어 단맛을 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실은 원래 나가노 현 특산품인 노자와나, 그리고 이것으로 만든 츠케모노를 소재로 삼고 싶었는데 재료 획득도 어려웠고 대체재로 만든 것도 아주 많이 실패했는지라 결국 대체재로 근래에 만든 계란찜을 소재로 했습니다. 역시 익숙한 재료가 가장 맛있긴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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