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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 블루베리 요거트 8월 : 블루베리 요거트  뜨거운 태양이 흙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지랑이마저 보이는 이 폭염 속에 성난 인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이 무더위를 해결할 무언가를 찾고 있다.  “얼음 요정을 찾아라!” “치르노 그 녀석, 어디로 숨은 거야? 평소에는 호수 주변에 있었는데 말이야.”  인간 무리는 홍마관으로 향하는 다리를 지나 호수의 다른 쪽으로 이동했다. 홍마관의 정원 언저리에 녹색 머리를 한 요정이 떠서 이 광경을 지켜보다가 인간들이 이동하는 것을 보고 다시 내려왔다. 얼음 요정의 친구 대요정이 내려온 곳에는 물이 담긴 대야에서 둥둥 떠 다니는 얼음 요정 치르노와 홍마관을 관리하는 메이드 이자요이 사쿠야, 그리고 흑백의 마법사 키리사메 마리사가 블루베리 가든 속에 있었다. 사쿠야는 평소와 다르게.. 2024. 9. 27.
7월 : 낫토덮밥 7월 : 낫토덮밥  환상향의 경계선 중 높은 곳 언저리에는 하쿠레이 신사가 있다. 환상향의 무한히 반복되는 결계는 야쿠모 가의 당주가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 결계를 견고히 하고 받들고 유지하는 것은 하쿠레이 신사라고 한다. 그리고 그 신사에는 대대로 강력한 무녀가 선대로부터 계승하거나 용신에 의해 선발되어 자리를 지킨다고 한다. 홍백의 무녀, 하쿠레이 레이무는 그런 강력한 존재이지만 인간 마법사 키리사메 마리사에게는 평범한 동년배 소녀 친구이기도 하다.  마리사는 평소처럼 마른 하늘을 빗자루로 가로질러 하쿠레이 신사에 도착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다소 고약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인간 마을의 어르신들은 좋아할 법한 냄새지만 하쿠레이 신사의 뒷편에서 나는 냄새는 유독 고약하게 느껴졌다. 마리사는 코를 막고.. 2024. 9. 26.
6월 : 오이와 통깨무침 소바 6월 : 오이와 통깨무침 소바  요괴의 산 강가의 어느 공터, 평소에는 아무도 없을 만한 곳에 긴 탁자가 있었다. 탁자를 둘러싼 두 무리의 요괴들이 서로를 마주하며 대치 중인데, 얼핏 보기에는 두 요괴가 같은 부류처럼 보인다. 둘은 같은 형태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나, 한 쪽은 파란색, 한 쪽은 얼룩 위장 무늬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귀염귀염한 소녀들처럼 보였지만 막상 탁자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복잡하고 무거운 이야기였다. 탁자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서는 이들의 시중을 드는 몇몇 인간들이 간단한 요리 기구와 요리 재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흑백의 마법사, 키리사메 마리사도 있었다.  이 두 갓파 종, 카와야로와 야마와로가 회담을 하는 데에 마리사가 엮이게 된 경위는 며칠 전 갓파들의 바자르에서 .. 2024. 9. 11.
5월 : 니쿠자가(소고기 감자조림) 5월 : 니쿠자가(소고기 감자조림)  안개가 자욱한 호수 안 섬에는 붉은 서양식 저택이 있다. 크기만 보면 저택보다는 작은 성채에 가깝다고 느낄 정도지만 아무튼 건물 구조를 보면 의외로 깔끔하고 단순한 장식으로만 꾸며져 있는 양식 저택이다. 보통은 저택을 둘러싼 담벼락의 문지기는 붉은 머리를 한 요괴지만 이 날은 평소와 다르게 홉고블린들이 문을 지키고 있었다. 흑백의 마법사도 평소와 달리 몰래 담벼락을 넘어가지 않고 정문을 넘어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마리사가 들어가서 도착한 곳은 홍마관의 대도서관, 그 곳에는 사서 파츄리 널릿지가 평소와 달리 기묘한 마법 기구를 손보고 있었다.  “여어, 파츄리! 연락한 대로 약을 가지고 왔어.”  “으악! 깜짝이야. 넌 왜 정식으로 초대했는데도 도서관으로 들어오는 거.. 2024. 9. 9.
4월 : 봄 양배추와 두부 미소장국 4월 : 봄 양배추와 두부 미소장국  인간 마을은 약 1만명이 거주하는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곳이다. 마을 단위의 자급자족을 위한 여러 공방과 기술자가 존재하긴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하기에 오전에는 유독 사람이 적어보인다. 그나마 마을 중앙에 다다르면 아침부터 개점하는 각종 고급점포와 이와 엮여 있는 ‘명가’의 저택과 하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마법사이지만 인간인 마리사는 오랜만에 히에다 가문의 저택에 직접 방문했다. 커다란 저택의 대문을 두드리자 마중 나온 인물은 의외로 모토오리 코스즈, 이 근처에 있는 영나암(스즈나안)이라는 대본소의 꼬마 점주였다.  “아, 어서와, 마리사. 도와주러 와서 고마워.” “별 말씀을. 근데 왜 네가 마중을 나오는 거야? 히에다 가의 하인들은 다 .. 2024. 9. 7.
3월 : 다진 닭고기와 매실 마제고항 3월 : 다진 닭고기와 매실 마제고항  눈이 점점 녹아내리는 계절이었다. 듬성듬성 나무와 지붕 위에 눈이 쌓인 것이 보이지만 눈은 점점 사라지고 들판은 새하얀 눈 대신 녹색 풀과 갈색 흙이 자리잡고 있었다. 흑백의 마법사 키리사메 마리사는 미니 팔괘로 개조를 위한 도움을 얻기 위해 향림당으로 향했다. 마리사는 자신의 ‘마법상점’처럼 복잡한 향림당의 문을 곧장 열고 들어갔다.  “코우린! 저번에 이야기한 팔괘로 개조 좀 도와줘!”  “....... 그리고 이걸 누르면 기기 안에 저장된 노래가 재생되는 거야. 요즘이야 다 스마트폰으로 듣지만.”  “그렇군. 고마워, 우사미 군. 이전에도 비슷한 기계를 주웠었는데 이 정도로 작아지다니. 바깥 세계의 과학 기술이란…….”  향림당 안에는 검고 푸른 옷을 입은 반.. 2024.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