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파] 환상향견문록/미식과 환상향의 역사

10. 요괴는 아직 식인을 한다. - 요괴식인의 진실과 거짓

by 판타스웜 2023. 11. 20.

1) 식인에 대한 공식적인 공급 루트

 

 환상향에서 요괴의 식인에 대한 왜곡된 묘사는 어느 방향으로든 심하다. 누군가는 요즘 요괴 중 식인하는 경우가 홍마관 빼고는 어딨냐고 하는 반면, 누군가는 여전히 마을 주민이어도 요괴의 식인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런 극과 극의 묘사가 넘쳐나는 이유는 양측이 거짓말을 하며 속이려 한다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둘 다 나름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쿠레이 대결계 이후 요괴의 식인 풍습은 점점 줄어들면서 이제는 환상들이한지 얼마 안된 홍마관을 제외하고는 식인 풍습을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마을 주민이 식인까지 아니어도 몇몇 무법적인 요괴의 난동으로 살해당할 위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과 요괴가 세계에 등장한 이래로 요괴의 식인은 아주 조금이라도 실존해왔다. 그렇다면 좀 더 통계적으로 바라볼 때, 식인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까?

 

 안타깝게도 해당 내용을 다룰 때 구체적인 수치는 언급할 수 없다. 야쿠모 가의 방침상 환상향에 대한 통계 자료를 열람하려면 그에 적합한 직무와 권한이 있어야 한다. 인간 마을 총회의에서 자체적으로 통계를 내는 것도 있으며, 이는 마을 주민 모두가 열람할 수 있긴 하지만 외부 공개용 책자인 이 글에 올리는 것은 총회의 차원에서도 반대하였다. 다만, 상대적인 수치, 예를 들어 식인에 대한 공급처 중 어떤 방식이 더 큰지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런 제한적인 표기 방식으로 최대한 식인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대해 설명하겠다.

 

 먼저 공식적인 식인의 공급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 달리, 인육이나 인혈(人血)을 수급할 때 살인은 필수가 아니다. 오히려 현재 환상향 내 상당량의 인육과 인혈은 자연사, 병사, 사고사로 인해 발생한 사체에서 얻는다. 본인이 죽었을 때 시체에서 인육과 인혈을 추출해가는 것을 동의하는 마을 주민은 다수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절대로 적지 않은 수이며, 이렇게 시체를 넘겨주고 유골과 수당을 돌려받는 것은 마치 생명 보험과 비슷한 느낌이다. 환상향에서는 특히 병사나 사고사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갑자기 가장이 죽으면 (당연히 인간 마을 성질 상 이웃들이 상호부조하며 서로 돌봐주지만) 수당을 활용하여 장례 비용 등 앞으로 가족이 짊어져야 할 고비용 업무를 상대적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마을 주민 중 개인적인 성향이나 신념, 종교의 문제로 이런 ‘식인 보험’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으며, 설령 동의한 경우에도 ‘사고사’나 ‘병사’가 계획된 살인이라 의심하여 사체 수급을 보류하고 사건 수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렇게 인육이나 인혈을 공식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사체가 발생하면 환상향을 관리하는 야쿠모 가에서 비싸게 사들인 후, ‘추출’ 업무를 하는 전문가 요괴들에게 넘겨서 포장된 인육과 인혈을 수령한다. 이후 야쿠모 가는 요괴 사회에서 각종 인육과 인혈을 필수적으로 소비하는 곳(예: 홍마관)에 먼저 분배을 한다. 그리고 남는 자원을 선택적인 식인 수요처에 재량껏 배분한다. 과거에는 사체를 비싸게 사들이고 인육과 인혈을 비싸게 분배했었지만, 홍마관의 환상들이 이후 메이지 시절 육식을 장려한 것 마냥 어느 정도 인육과 인혈의 섭취를 장려하기 위해 싸게 분배하기 시작했다. 이는 너무 약해진 환상향 토종 요괴들의 힘을 키우기 위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사냥 선호 증상을 보이는 요괴에 한해서만큼은 야쿠모 가에서 집중 관리하면서 인육 및 인혈 소비를 금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경우 외에도 공식적으로 인육과 인혈을 수급하는 방식도 있는데, 바로 무작위 해외 외래인 환상들이다. 이는 간혹 ‘식인 보험’ 대상자가 너무 적을 때 최후의 방법으로 쓰는 것인데, 야쿠모 가의 당주가 무작위로 환상향에 적합한 외래인(대충 ‘잊혀져가는 외래인’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을 환상들이하면 이 외래인이 인간 마을에 도착해서 구조를 요청하기 전까지 ‘인간 사냥’을 하는 것이다. 다만 ‘인간 사냥’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대다수 사냥당하기 보다는 마법의 숲의 버섯지대와 같이 위험한 환상향의 지리에 당한 후, ‘인간 사냥꾼’들이 사체를 회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생각보다 ‘인간 사냥꾼’에게 사냥 당하는 외래인도 적지 않으며, 대표적인 예로 ‘정통 시라코다마’를 추출하여 제사에 올리는 갓파 제사장도 있다. (해당 갓파 제사장과 시라코다마는 뒤에서 다루겠다.) 소수의 운이 좋거나 생존력, 또는 전투력이 뛰어난 외래인은 인간 마을에 도착하여, 원하는대로 바깥 세계로 기억을 지운 채 돌아가거나 인간 마을에 정착할 권리를 얻게 된다. 이러한 ‘놀이’를 하는 이유는 야쿠모 가의 당주가 환상들이 당한 인간에게 그나마 약간의 동정심은 지니고 있어서 일부러 생존할 기회를 준다고 여겨진다.

 

 ‘인간 사냥’은 환상들이한 외래인 이외에도 진행하는 경우가 또 있는데, 큰 잘못을 저질러 인간 마을에서 마을 주민이 추방되었을 때이다. 무차별 살인(총회의에서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살인은 해당되지 않는다.), 파괴적인 선동(단순 소문 퍼뜨리기 정도가 아니고 바깥 세계 기준으로는 반역죄보다 더 심각한 수준), 인권의 심각한 침해(노예 및 가축화, 성폭행 등) 등 법이 있는 사회에서는 중죄, 인간 마을에서는 ‘패륜’을 저지르면 인간 마을의 총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마을로부터 추방시킨다. 마을 주민이 마을로부터 추방되는 사례는 생각보다 적지 않으나, 대부분 마을에서 같이 지내기 어렵다는 개념인지라 추방하기 전에 앞으로 어디서 살지 정해두고(예: 요괴의 산 속 텐구 도시의 아파트, 홍마관의 직원용 숙소, 연인이 된 요괴의 집 등) 이사까지 간 후에 추방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패륜으로 인한 추방의 경우, 인간 마을은 추방자의 신변을 일절 보호하지 않겠다는 의사이며, 이는 추방자를 온전히 ‘인간 사냥’을 하려는 요괴 등(같은 인간도 종종 ‘인간 사냥’을 한다.)에게 노출되고 만다. 즉, 패륜으로 인한 추방은 사실상 사형에 가까운데, 사형 찬성측이든 사형 반대측이든 주된 비판거리이다.

 

 ‘인간 사냥’은 주로 직접 식인을 하려는 요괴들이 주로 참가하는데, (물론 주변인의 식인을 위한 경우, 의례를 치르기 위한 경우(갓파의 제사장), 단순 유흥을 위한 경우(몇 안되지만 의외로 같은 인간도 조금 있다.)도 있다.) 공식적인 ‘인간 사냥’은 어디까지나 야쿠모 가에게 사체를 바쳐야 하므로 많은 양을 먹을 수는 없다. 단, 암묵적으로 일부 부위 정도는 사냥꾼이 빼돌리는 것을 허용한다. 그래야지 적극적인 ‘사냥’에 대한 참가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야쿠모 가 등 공권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이 규칙에서 예외가 하나 존재하는데, 홍마관의 이자요이 사쿠야는 ‘인간 사냥’을 한 후 그대로 사체를 홍마관으로 가져갈 수 있으며, 대신 참가하는 주기가 상당히 길다.



2) 공인된 식인에 대한 수요처 - 홍마관과 몽환관

 

 다음에는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식인에 대한 수요를 알아보겠다. 먼저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홍마관이다. 비록 정작 홍마관의 당주는 홍마관 내 인간 하수인의 피를 약간 흡혈하는 정도로 충분하지만(오히려 이미 사체에서 추출한 인혈은 거의 안 마신다.) 흉포함 때문에 지하에 갇혀있다는 당주의 여동생이나 홍마관에서 일하는 소악마의 경우 인육과 인혈을 어느 정도 섭취해야 한다고 한다. 이외의 인외, 대도서관의 사서나 문지기의 경우 인육과 인혈을 안 먹는다고 하지만, 문지기의 경우 맛있게 요리한 경우에는 종종 같이 식사한다고 전해진다.

 

 보통은 피를 뚝뚝 흘리며 생 인육을 먹는 것을 상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메이드장 이자요이 사쿠야가 조리해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육과 인혈은 잘못 조리하면 맛이 영 좋지 않다기에(참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메이드장님.) 더 정성스레 요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요리 중 하나가 바로 이전 장에 이야기한 인육 부르기뇽이다. 하지만 이 경우 나름 호화스럽게 먹는 경우고, 보통은 블러드 브레드(Blood Bread, 일명 피빵)라는 빵을 먹는다.

 

 그리 특별한 음식은 아니고, 인혈을 빵 반죽에 섞어서 제빵하여 먹는 것인데, 의외로 바깥 세계에서도 옛날 바이킹들이 인혈은 아니지만 동물의 피로 블러드 브레드를 만들어 먹었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블랙 푸딩(블러드 푸딩, 블러드 소시지라고도 불린다. 피순대와 비슷한 음식)을 인혈로 만들어먹기도 하는데, 생각보다 일반 사람들은 이런 음식을 인혈로 만들었다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아무 생각 없이 먹다가 충격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외부 손님이 오면 가능하면 이런 요리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애초에 소악마들도 가끔씩 인혈이나 인육을 먹어줘야 하는 것이지, 꾸준히 주기적으로 먹을 이유는 없으며 평소에는 평범한 음식을 먹는다.

 

 그 다음 주기적인 식인에 대한 수요처로 공인된 곳은 바로 몽환관이다. 막상 몽환관의 주인인 카자미 유카라는 인외(정확한 정체를 모른다.)는 식인은 커녕 육식도 안하며, 심지어 식사 자체가 의무적이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기에 다소 의아할 수 있다만, 그가 거느리고 있는 악마 엘리와 흡혈귀 쿠루미는 상당량의 식인을 저지르는 괴물들이다. 이 때문에, 보통은 태양의 밭은 한적하고 요괴들만 한가득인 것 같지만, 유카는 물론 요정들의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면 유카 대신 그 하수인들이 출몰했을 가능성이 높기에 얼른 도망치라고도 한다. 이들은 심지어 앞서 말한 것과 다르게 스테레오타입답게 생 인육과 인혈을 먹고 마시는 편이기에 가끔 해바라기에 피가 묻는 것을 볼 수도 있다. (다만 이건 그들이 사냥을 한 흔적이고 실제로는 몽환관에서 사체를 끌고가 인육과 인혈을 추출한 뒤, 제대로 먹기 좋게 접시에 올리고 잔에 따라서 먹고 마신다고도 한다.)

 

 이렇게 흉포한 이들을 몽환관(+ 가끔 태양의 밭)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유카가 통제하는 대신, 야쿠모 가에서 일정 주기로 인육과 인혈을 공급해주기로 계약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 계약에 대해 못마땅해 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많은데, 먼저 일부 요괴들은 몽환관에만 틀어박혀 있는 저들을 그저 무섭다고 챙겨주는 게 말이 되냐고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반면 인간들의 경우 실제로 길잃은 인간까지 살해하기도 하는 행적(과거 행적이긴 하지만 하쿠레이 대결계 이후 사건이긴 하다.)을 보이던 요괴들에게 되려 인육과 인혈을 주면 많은 요괴들의 인간 살해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야쿠모 가도 당장은 현재 방침을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검토 중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두 장소 외에도, 환상향 내 각지에 있는 일부 지정된 요괴들은 인육과 인혈을 우선적으로 배급받는데, 이들은 근래에 바깥 세계에서 식인을 계속해오다가 환상들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바깥 세계 기준 요괴들이 활동하기 괜찮은 일본, 중국 출신이 많은데, 이들은 배급받은 인육을 징표삼아 자기들끼리 모인 후 인육 전골을 해먹으면서 친목을 다지고 공동체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식인 문화로 동질감을 느끼는 것 보다, 미묘하게 환상들이한 요괴와 토박이 요과 간의 문화 및 정서 차이가 더 주된 것이다.



3) 선택적인 식인 수요처 - 텐구 사회, 요괴 성인식과 각종 의례, 약한 요괴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당연히 식인에 의존적인 요괴들이 주로 식인을 하지만 일부는 별로 식인에 대한 갈망이 없음에도 희귀한 음식이나 보약을 먹듯이 식인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히 텐구 사회에서 점점 식인에 대한 수요량 자체는 줄고 있지만, 여전히 여러 방면에서 식인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 그 중 하나로, 현재에는 거의 사라졌지만 과거 바깥 세계의 격변기에는 치열한 전투나 특별한 임무를 수행할 때 텐구 병력의 일시적인 전투력 증진을 위해 주술 처리가 된 인육이나 인혈을 소량 먹었었다.

 

 이렇게 요괴가 식인을 전투용 강화재로 쓰는 일은 고대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일본 내에서는 주로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가장 빈번하게 묘사된다. 이는 현대 바깥 세계의 인간 입장에서는 상당히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발상이지만, 생각보다 세계적으로 요괴는 물론 인간마저도 소량의 의례적 식인을 통해 전투력 및 사기 증진을 추구한 적이 있다. 아무튼 현재 환상향의 텐구 사회에서는 이런 식인 풍습이 많이 사라졌는데, 아무리 공포심이 담긴 인육에 대한 식인이 전투력 증진에 나름 좋더라도 당장 환상향에서는 인간에게 친밀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무엇보다 설령 전투력 부스트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환상향에서는 요력이 담긴 요수의 고기를 가공하여 강화재를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런 식인 풍습이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투용 강화재로서의 의례적 식인은 이 의례적 성질을 유지하면서 텐구 진급 의례식의 일부로 포함되었다. 물론 진급 의례식에서도 대부분 카라스텐구 이상급은 인육 대신 요수의 고기를 사용한다. (종종 대텐구 급으로 진급하면 아예 오니나 신 심지어 용의 고기를 쓴다고도 한다는 소문이 있으나,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하면 환상향 내부에 어마무시한 갈등과 혼란이 발생할 것이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그 이하는 당사자가 강경하게 거부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인육과 인혈을 사용한다. 이런 진급식에서의 식인 풍습은 보기 드물지만 대부분의 요괴들이 거쳤다는 요괴의 성인식에도 존재하며, 이 성인식에서의 풍습이 진급식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의례적인 식인 풍습에 대해 더 이야기하자면, 신이나 강력한 인외를 숭배하는 과정에서 인육을 제물로 바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런 제물로서의 인육은 오로지 ‘인간 사냥’을 통해 얻은 것만을 취급하며, ‘식인 보험’으로 얻은 인육을 제물로 바치느니 다른 동물을 사냥하여 바치거나, 아예 안 바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인육을 제물로 바치는 사례로 대표적인 것은 바로 갓파들이 ‘시라코다마’를 제사상에 올려 용왕(환상향의 용왕이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인, 뭍이 아닌 바다의 용왕으로 추정된다.)에게 바치는 의례다.

 

 많은 갓파들은 점점 과학에 관심을 가지며 이런 의례를 간편하게 유사 시리코다마(처음 요리로 선보인 자는 야작식당의 미스티아 로렐라이다.)를 사용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유독 현존하는 갓파 제사장이 ‘탐욕스럽거나 잔인한 악인의 시리코다마를 추출하여 용왕에게 바치면 일족과 마을에 평안이 온다.’라는 믿음에 충실하여, 매 ‘인간 사냥’마다 악한 사람이 환상들이했다 싶으면 생포하여 시리코다마를 추출하려 든다. (이런 과격한 주장을 의외로 대다수의 갓파들이 부정함에도 불구하고 용인하고 마는데, 이는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전통 계승자여서 배려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혹자는 그냥 아름다음과 정반대인 전통식이고 후줄근한 꾸밈새와 달리 외모가 남자도 홀릴 법한 미소년이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이런 의례적인 식인은 환상향을 관리하는 야쿠모 가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하며 앞서 다룬 (‘인간 사냥’을 생각하면 과연 그런가 싶지만) ‘살인지양적’인 방법으로 인육과 인혈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이와 달리 야쿠모 가에서 비판적으로 보며 경계하는 식인 사례도 있는데, 바로 텐구 사회에서 종종 발생하는 ‘미식’으로서의 식인이다. 텐구 은행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발행한 화폐를 통해 각종 자원을 축적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텐구 사회에 합류한 인간 중 극소수지만 자발적으로 자신의 신체를 담보로 텐구 화폐를 대출받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리고 이렇게 받은 대출을 기간 내에 상환하지 못하면 계약한 대로 신체를 포기하거나 더 불합리한 방법으로 상환해야 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야쿠모 가에서 실시하는 ‘식인 보험’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지만, ‘식인 보험’은 생각보다 인간 마을 주민 개개인의 요괴 사회에 대한 자발적인 ‘자선’을 전제로 한다. (이 점 때문에 생각보다 사체 공급이 불안정하다.) 반면 ‘신체 담보 대출’은 어디까지나 주 목적은 텐구 사회의 자본을 보유한 자(텐구 사회에서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섣불리 텐구나 텐구 조직이라 단정할 수 없다. )가 그렇지 못한 텐구 사회의 인간에게 경제적 지배력을 행사하고자하는 취지가 더 크며, 이로 인해 공급되는 인간 사체는 부수적인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야쿠모 가는 물론, 이즈나마루 메구무가 관할하는 텐구 은행 역시 텐구 조직에 위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제제하려 하지만, 아직 텐구 사회에서 법적으로 회색인 영역이라 이렇다할 통제가 없다.

 

 아무튼 이렇게 발생한 인간 사체는 야쿠모 가가 가공하여 분배에 사용하듯이 인육과 인혈로 가공되지 않고, 가축의 별미와 그렇지 않은 부위를 구분하듯이 고기 부위처럼 분류 후 가공된다. 이 중 인간의 온전한 간은 푸아그라 마냥 값진 미식 재료로 취급되며 일부 대텐구 등 부유한 요괴에게 인기 상품으로 여겨진다. 이 께름칙한 음식은 텐구 사회 내 텐구들 사이에서도 반공동체적이어서 논란이 되는데, 이런 논란을 가장 잘 드러내는 소문은 다음과 같다. 높은 기술 연구 성과를 올린 어떤 텐구가 선물로 인간의 간을 선물받았는데, 알고보니 그 간의 주인이 바로 동료 연구원이자 갑자기 ‘사고’로 죽은 인간의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그 텐구는 바로 그 간을 토해냈으며, 상사에게 진상을 따졌으나, 상사는 모르쇠로 대응했고 결국 그 텐구는 자신의 날개를 뜯어낸 후 텐구 사회를 떠나 은둔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소문 자체는 완전한 거짓이라고 밝혀졌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여겨졌기에 텐구들 사이에서도 텐구 사회 내 식인에 대해 (계급 사회 성질상 별 행동을 못하지만) 나름 경계하고 있다.

 

 이 사례와 정반대로, 야쿠모 가에서 장려하거나 심지어 간혹 강요까지 하는 식인 사례도 존재하는데, 바로 너무 약해진 요괴들의 생명력 회복을 위한 식인이다. 환상향 내의 요괴들은 그나마 인육 및 인혈 대신 인간의 공포심을 섭취하며 생존 및 성장할 수 있도록 적응하는 기간과 학습을 거쳤다.그러나 바깥 세계의 요괴들은 홍마관의 경우처럼 여전히 식인도 하고 공포심도 섭취하면서 본래 요괴의 강인함을 유지했는가 하면, 반대로 유일신 신앙 등 괴력난신을 부정하거나 약화시키는 사상에 동화되어 서서히 죽거나 상당히 약해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에 서식하던 츠쿠모가미와 비슷한 요괴 무리(소수 일부가 실제로 도깨비이기도 해서 무리 중 다른 요괴도 도깨비로 추정되기도 하지만, 능력이나 힘의 차이를 고려하면 그냥 츠쿠모가미의 일종이라 규정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가 환상들이하여 환상향에 정착했는데, 이들은 홍마관의 서양 요괴와 달리 상당히 약해져 있었다. 이들은 조선 시대에는 중앙집권적인 정부에서 실시한 반신비주의적 정책에 긴 세월 억제당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서양에서 유입된 가톨릭 신앙, 혹은 원래부터 강세였던 불교 신앙에 동화되었고,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신흥 미신(MBTI 등)에 밀려날 정도로 약해졌었다.

 

 이들 중 다수는 다행히 환상향에서 개최한 탄막놀이 축제 등 인간의 공포심을 섭취할 수 있는 행사에 참가하면서 본래 요괴로서 지녀야 했던 요력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들 중 여전히 적지 않은 수가 인간의 공포심 섭취도 거부하거나, 설령 요력 회복에 협력해도 공포심 섭취만으로는 모자라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야쿠모 가는 기본적인 인육과 인혈을 보급한 후 어느 정도 남는 것을 여전히 약한 요괴들을 대상으로 보급했다. 아무리 저항심이 있어도 그나마 고향 입맛에 맞게 인혈로 만든 선지해장국은 잘 먹었다고 하지만, 간혹 이마저도 거부하느라 억지로 포박하여 먹인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4) 허용되지 않은 식인의 수요와 뒷거래 유통

 

 이렇게 식인의 수요에 대해 야쿠모 가 측에서 공급하고 만사형통이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세상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당연히 계산에서 제외되는 무언가에 대한 수요는 항상 어느 정도는 존재한다. 하물며 식인의 수요는 의도적으로 금기시하고 계산에서 제외되고 단속과 제압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더 많다. 식인에 대한 이런 수요는 추가적인 인육에 대한 뒷거래 유통을 유발한다. 허용되지 않은 식인의 수요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가장 흔하면서 그나마 덜 문제되는 식인의 수요는 바로 탈식인 과도기에 있는 요괴들의 식인 충동이다. 이들은 야쿠모가의 행정 상 인육과 인혈을 지급받는 대상이 아니지만, 아직 간헐적으로 식인 충동을 느끼는 경우이다. 그나마 ‘인간 사냥’ 후 남은 전리품과 같이 환상향 내에서 문제가 (상대적으로) 되지 않는 방법으로 인육을 급하게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충동을 참으면서 생각보다 강렬한 고통을 감내하거나 금기시되는 방법으로 인육이나 인혈을 구해야 한다.

 

 이렇게 금기시되는 인육 수집 방법으로 가장 죄가 가벼운 것은 바로 인간 시체 도굴이다. 많은 인간은 ‘식인 보험’을 들지 않으며, 외래인은 물론 환상향 토착민 중에서도 적지 않은 수가 화장 대신 매장(땅에 묻히는 것)을 선택하기에 공동 묘지 등에는 여전히 인간 시체가 남아 있기도 한다. 설령 인간 시체에 살점이 없더라도 뼈로 육수를 우려내는 것만 해도 식인 충동에 대한 억제 효과는 충분하다. 이런 점 때문에 종종 묘지에서 도굴하고 있는 처량한 요괴가 적발되기도 하는데, 위와 같이 지극히 자신의 충동을 해소하기 위해서만 도굴하는 경우라면 보통 인간 마을에서도 선처를 해준다.

 

 하지만 종종 어떤 시체 도굴자들은 식인에 대한 충동 해소가 아니라 개인의 탐욕과 야망을 위해 도굴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들은 죄를 무겁게 여겨 기본적으로 야쿠모 가에 넘겨 감금시키거나 심하면 아예 무녀, 퇴마사, 음양사, 주술사 등을 통해 퇴마나 봉인까지 해버린다. 이 도굴자들이 목적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첫번째는 바로 이렇게 인육을 원하는 자들에게 밀매하여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다. 이들은 대개 요괴들이지만, 종종 인간도 섞여 있긴 하다. 인간이 이런 범죄에 연루될 경우, 대부분 바로 인간 마을 등 온갖 인간 커뮤니티에서 추방되며 형벌 역시 인간 마을의 규칙이 아닌 환상향 내 요괴의 법률을 따른다.

 

 두번째 목적은 주술, 강령술을 응용하여 식인을 통해 죽은 자의 능력을 무허가로 계승받기 위함이다. 앞서 말한 밀수를 위한 도굴꾼들도 이런 목적을 가진 자들에게 돈을 받고 일하기도 한다. 참고로, 이런 경우는 특정 인간(주로 주술사, 기술 장인 등)의 사체를 노리게 되는데, 이런 점 때문에 기술적인 측면으로 명성 높을수록 무덤에 각종 보호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알겠지만 이 역시 인간 범죄자도 많으며, 이들은 종종 죽은 사람의 제자이지만 정통적인 주술과 식인(말이 식인이지 그냥 갓 잘라낸 머리카락이나 손톱을 먹기도 한다. 요괴처럼 공포심을 섭취해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매개를 통한 기술 전수를 거절당한 경우다.

 

 그래도 그나마 시체 도굴은 의도가 불순해도 일단 경죄로 취급하지만, 본격적으로 무단으로 인간을 살인할 경우 이 때부터는 중범죄가 되며, 본격적으로 하쿠레이 무녀의 토벌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생각보다 이런 식인을 위한 살인이 흔했는데, 바로 하쿠레이 무녀 혼자서는 이변을 처리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인간 마을의 각종 주술사, 음양사, 퇴마사도 있긴 했지만 요괴 범죄자들 입장에서는 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이런 범죄는 홍마관과 모리야 신사의 환상들이 이후 급감했는데, 기묘한 이변은 더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환상들이한 강력한 존재들이 요괴 범죄자들의 범법 행위에 큰 억제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홍마관의 경우 흡혈귀 일당이 환상들이하면서 토착민 요괴들의 상당수를 무차별적으로 ‘토벌’하면서 많은 범죄 네트워크가 붕괴했다. 물론 홍마관은 이후 홍마관 인근 이외의 지역에는 거의 간섭하지 않기에 점점 범죄 네트워크가 부활하는 듯 싶었으나, 모리야 신사가 요괴의 산에 정착하고 본격적으로 텐구 조직과 협력 관계가 되면서 카제하후리 코치야 사나에와 백랑 텐구 순찰대를 기준으로 요괴의 산을 중심으로 환상향 내 전반적인 범죄율이 줄었다.

 

 코치야 사나에의 퇴마 활동과 백랑 텐구 순찰대의 순찰 지역 확장은 특히 요괴의 조직적 살인 범죄 전반이 줄어들도록 큰 영향을 주었다. 보통 요괴의 조직적 살인 범죄는 단순히 요괴가 무리를 이어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 마을에까지 살인 청부 중개업자(보통 인간이다.)를 협력 관계로 두고 요괴의 산을 거점으로 살인 및 인육 가공 준비를 하고 범죄를 저지른다. 과거에는 이럴 경우 인간 마을에 속한 살인 청부 중개업자가 자치권을 믿고 배째라면서 숨겨주는 경우(이는 보통 인간 마을과 한 통속이라기 보다는 인간 마을 주민들까지 대부분 속인 경우다. 애초에 마을 내 같은 인간을 죽이는 것인데 어지간해서는 한 통속이 될 리가 없다.), 요괴의 산의 영역 구분이 애매해서 어디든 함부로 수색을 못하는 경우여서 범죄 단속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텐구 사회가 요괴의 산 내 범죄 조직 단속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게 되면서, 인간 마을 내 살인 청부 중개업자 등의 협력 조직은 단속하지 못해도 실제로 행동하는 요괴 조직과 그 행동기지는 제압 및 수색할 수 있게 되었다.

 

 본래 인육의 불법 유통은 바깥 세계에 존재하는 인간 목장(많은 외래인의 생각과 달리 환상향에는 있던 적이 없다. 야쿠모 가에서 통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신들이 절대 용납하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굳이 바깥 세계에서 왜 인육을 불법 유통하냐고 의문을 제기한다면, 마약이 왜 멕시코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퍼지는지를 생각하면 된다.)까지 연루된 적이 있을 정도로 다양하게 유통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자세히 다루는 것은 모방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어, 해당 책자에서는 다루지 않고 접근 제한을 둔 다른 책에서 다루고자 한다. 다만 수위가 수위이다보니, 심지어 같은 요괴들마저도 비위가 상할 정도로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이야기가 많기에 출시 자체가 안될 가능성도 높다.



5) 식인의 대체재에 대한 연구

 

 계속하여 인간 입장에서는 다소 속이 메스꺼운 이야기를 많이 다뤘지만, 그렇다고 환상향에서 식인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당히 열심히 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식인에 대해 통제하는 것 외에도, 식인을 대체할 여러가지를 개발하는 것도 포함이 된다. 먼저, 우리가 대부분 아는 식인에 대한 가장 큰 대체 방식은 요괴가 인간을 먹음으로서 공포를 유발하고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다른 방식으로 공포를 줌으로서 공포를 섭취하는 것을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인이 발생하는 이유는 결국 실제로 인간의 육체를 어느 정도 섭취해야 하는 요괴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통 인간이라면 다들 생각해보았을 법한 것인데, 만약 그렇다면 인간이 자발적으로 헌혈하거나, 머리카락, 손톱, 군살 등을 떼어서 모아주면 안되냐고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공포심이 전혀 없이 자발적으로 넘겨주는 인간의 신체 부위는 식인을 한다는 효과가 없으며(흡혈귀처럼 아닌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보통 이런 식으로 인혈이나 인체 찌꺼기를 수집하여 식인 욕구를 해소한다.), 되려 이미 섭취했던 공포마저 몸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괜히 앞서 이야기한 무덤 도굴꾼들이 썩어 문드러지는 시체라도 먹으려는 것이 아니다. 시체에는 아무리 평온하게 세상을 떠난 인간이어도 기본적으로 죽음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가 몸에 담겨져 있기에 공포 섭취에 해가 되지 않고 보통 미약하게라도 도움이 된다.

 

 여기서 갓파들은 유사 시리코다마에 인위적으로 공포와 인간의 세포 조직을 주입하여 실제로 식인의 효과가 발생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기존의 유사 시리코다마는 그저 실제 시리코다마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사슴고기를 다져서 밀가루와 섞어서 뭉친 후, 식감과 향을 살리기 위해 곤충 껍질과 트러플 가루를 넣은 후 쪄서 만들었다. (다만 미스티아 로렐라이의 야작식당에서는 찜기가 아닌 솥에서 나오기에 확실한 조리법은 모른다.) 여기에 갓파들은 그나마 공포 보존을 위해 헌혈을 하여 얻은 인간의 피를 반죽에 섞고, 공포 추출기로 물질화한 공포도 반죽에 섞어서 유사 시리코다마를 조리하였다. 그 결과 공포를 섭취하는 효과는 없지만, 식인 충동은 해소시켜주는 유사 시리코다마를 개발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후 야쿠모 가와 텐구 조직의 지원으로 유사 식인 식품은 다양한 요리를 토대로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