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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환상향견문록/환상향에서 살아남기

1. 인간 마을까지 도착하기

by 판타스웜 2022. 10. 10.

 첫 장에서는 외래인이 어쩌다 환상들이를 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간 마을까지 가야 한다.’인데 이렇게만 말하면 마치 ‘먹고 살려면 밥을 지어야 한다.’라고만 말하고 끝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우선 환상향에 어떻게 오게 되는지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아래와 같다.

 

    ⓐ 환상향의 초월적 존재(주로 풍요신 등)의 힘으로 반강제 환상들이

    ⓑ 기현상으로 무작위의 환상향 지역에 환상들이

    ⓒ 바깥 세계와 환상향이 겹치는 지점에서 경계를 너머 환상들이

 

 ⓐ 같은 경우는 다소 드물지만 보통은 환상들이한 초월적 존재가 알아서 그 외래인을 보살피고 관리하기 때문에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담인데 이런 사례가 그렇게 희박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외래 기술이 환상향에선 자주 외면당하지만 특정 외래종 작물을 키울 때 필요한 지식 등 농법의 경우 풍요신들의 주된 관심사라서 이런 지식을 보유한 농민 및 축산업자 등을 다른 신들이나 요괴와 협력하여 종종 환상들이한다. 물론 대부분은 아무리 농업시장의 기업화로 인해 토지를 잃거나 했더라도 요괴가 득실득실한 환상향에 살고 싶어하지 않기에 바로 기억을 지우고 바깥 세계로 돌아간다. 하지만 간혹 안전불감증이 있거나, 이세계의 위험에도 관심이 있거나, 아니면 진짜 바깥 세계에서의 삶이 너무 비참하고 원망스러워서 환상향에 정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극소수만 있어도 환상향에서 재배 가능한 작물이 상당량 늘어나게 된다. 어쨌든 당신이 이 경우에 해당되더라도 보통 풍요신이 강력한 전투 능력을 지닌 것은 아니기에 악랄한 요괴의 급습에 당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 같은 경우는 드물고 드문 외래인 환상들이 중에서 따지면 자주 있으며 근래에는 오히려 ⓒ보다 흔한 케이스다. 이들은 나름 기현상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전투력이나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상향의 그나마 가장 안전한 지역도 이들에게는 위험하다. 무엇보다 이들은 바깥 세계 기준 일본이 아닌 외국에서 오는 경우가 많기에 외래인이라는 티가 훨씬 많이 나며 요괴의 사냥에 훨씬 쉽게 노출된다. 후술할 핫스팟인 마법의 숲, 재사의 길로 환상들이한 게 아니라면 안타깝게도 필자가 인간 마을로 오는 노하우를 모르기에 그저 운에 맡기고 최대한 외래인에게도 우호적인 존재를 찾아서 도움을 받는 게 나을 것이다.(본래 인간 마을 밖으로는 어지간해서는 인간이 나오지 않지만 종종 전문 퇴마사, 전문 수렵가 등이 잠깐 인간 마을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 케이스도 도움이 될 노하우를 공유하자면 하나는 전투고 둘은 의사소통이다. 전투에 대해 말하자면 먼저 당신이 타인과 싸울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요괴나 기현상에 대해 확신하면서 아는 것이 있는지 따져보자. 만약 당신이 타인과 싸울 능력이 충분하고, 요괴나 기현상을 알고 싸우거나 대처한 적이 있다면, 당신은 필히 어느 정도는 이들과 전투가 가능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종종 바깥 세계에 요괴나 기현상이 아주 없고 이와 관련된 직종이 아주 없다고 착각하지만 요괴 사냥꾼이나 퇴마사 같은 직종은 바깥 세계에도 있긴 하다. 다만 대부분 제대로 된 대우를 못 받고 사이비 취급을 받긴 하지만 말이다. 그 외에도 약한 요괴들 상대로는 현대의 화기류나 전문가의 검술도 먹히긴 하니 괜히 겁 먹고 무조건 전투를 피할 필요는 없다. 다만 명확히 해둬야 하는 것은 작정하고 요괴와 싸우게 되면 절대로 공포심이 드러나거나 약점이 드러나면 안되며, 블러핑 등을 통해 ‘내가 너보다 우위에 있다.’라는 점을 명확히 심어줘야 한다. 그래야지 요괴가 바로 재습격을 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서는 인간 마을까지 가도록 협력해주기도 한다. (이 경우는 보통 이 사람은 환상향의 인간 마을에 정착해서 살겠다 싶어서 그런 경우가 많다.)

 

 두번째로 의사소통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전투력이 높건 말건 간에 결국 요괴든 인간이든 ‘인간 마을에 가고 싶다’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와 달리 ⓑ는 대부분 일본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한자 문화권 출신이면 대충 人村 이렇게 한자를 써서 의사 전달이 가능한데 그렇지 않을 경우 앞이 막막할 것이다. 이 경우 별 수 없이 가능하면 영어나 프랑스어, 정 안되면 자신이 원래 쓰던 언어를 말하면서 청자의 반응을 보아야 한다. 여기서 청자의 반응이 생각보다 중요한데 만약 진짜 못 알아들어서 당황하는 표정이면 이는 대개 환상향 인간마을 토착민이며 열심히 몸짓이든 바닥에 그림을 그리든 하면 어떻게든 친절하게 도와주려 할 것이기에 안심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못 알아듣는 거 같은데 묘하게 표정에서 음흉함이 느껴지면(보통 동공이 흔들린다기 보다는 눈매가 변하고 입맛을 다시거나 홍조를 띠기도 한다.) 이는 요괴가 먹을 수 있는 바깥 세계 인간을 만나서 들떠 있는 것이니 능력이 있다면 선제 공격을 하고 제압하거나 모르는 체하면서 도망칠 궁리를 세워야 한다. 그러면 만약 마침 다행히도 외국어를 잘 알아듣거나 못 알아들어도 어떤 상황인지 안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가? 그러면 별 수 없이 운명을 받아들이고 죽기 전에 야쿠모 일가에게 자신의 가치를 어필하면서 목숨을 구걸하거나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이면 된다. 뭔 말이냐면 우선 그들이 요괴든 인간이든 야쿠모 일가의 명대로 움직이는 것일 경우 애초에 당신은 환상향을 유지시키기 위한 식재료로서 환상들이 당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다짜고짜 당신을 죽이지는 않겠지만 당신이 요괴들을 위한 제물로 적합한지 검토할 것이고, 그에 따라 바깥 세계로 돌려보내주거나, 정착하게 해주거나, 혹은 도축할 것이다. 그리고 야쿠모 일가와 관계 없지만 이런 정황을 잘 아는 요괴나 인간(아이러니하게도 대개 자기 자신이 외래인 출신이다.)도 당신을 안심시킨 후 야쿠모 일가에게 넘겨주거나 바로 죽여서 직접 먹거나 배고픈 요괴들에게 넘겨줄 것이다.

 

 ⓒ의 경우 알고보니 ⓑ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진짜 일본 현지인이 어쩌다가 넘어오게 된 것이다. 이 경우 생각보다 여러모로 대처하기 쉬운데 우선 첫번째로, 일본어가 가능하기에 토착민 연기가 가능하며, 두번째로 일단은 핫스팟인 마법의 숲과 재사의 길에서부터 인간 마을로 오는 방법은 사례가 빈번하여 매뉴얼을 작성할 수 있다.

 

 우선 토착민 연기법은 요괴에게 하는 것인데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저 자신이 의도치 않게 된 손님인 마냥 “아이고, 요괴님, 제가 어쩌다보니 요괴님이 계신 곳에 무례하게 발을 들이게 됐네요! 실로 죄송합니다!” 이런 느낌으로 예를 갖추면서 자연스레 말을 걸면 된다. 요괴는 낯선 당신을 보고 반응을 좀 늦게 하겠지만 보통 연기가 잘 통하면 마치 삼류 깡패마냥 거들먹거리며 왜 멋대로 들어왔냐느니, 마을에 있는 걸로 충분하지 않냐느니 하면서 강한 척을 하고 상황은 평화롭게 끝날 것이다. 설령 무슨 일이 있어도 보통 환상향에서 행해지는 탄막놀이를 한 다음, 멋드러지게 패배하고 (다소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기는 하지만)괴상한 벌칙 정도를 하는 것이 전부이다. 만약 그 벌칙이 자신의 존엄성을 너무 크게 훼손했다면 (추천하지는 않지만) 인간 마을에 도착한 후 정식 주민이 된 후 친인간적인 요괴나 강자에게 부탁하여 응징을 노려볼 수도 있다. 다만 연기가 실패했다면 요괴가 바로 공격하거나 비정상적으로 친절하게 굴텐데 전자면 별 수 없이 최대한 살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지만 후자일 경우 무턱대고 반격한다기 보다는(ⓒ일 경우 진짜 별 전투력도 없는 평범한 인간일 가능성이 높기에 반격할 능력이 별로 없다는 것을 상정하는 것이다.) 기회를 노려 요괴를 속이거나 따돌려서 도망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점 때문에 되려 같은 외래인 출신 인간 주민을 만났을 경우가 더 위험할 수도 있는데, 이들은 당신이 외래인이라는 것을 더 빨리 눈치 채고 필요하면 죽여서라도 제압하고 배고픈 요괴들에게 떠넘길 수도 있다.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겠지만 이렇게 한명이라도 마을 주민이 아닌 외래인을 요괴들에게 바치면 불상사로 마을 주민이 죽는 경우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의 경우와 달리 ⓒ의 경우 야쿠모 일가는 우호적일 가능성이 더 높은데 이는 당신이 일부러 이국에서 환상들이 당한 인간이 아니라 경계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바깥 세계의 인간이기에 가능하면 마찰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단, 당신의 정착에 대해서도 배타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제 본격적으로 재사의 길, 마법의 숲에서 인간 마을로 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우선 시작점은 재사의 길로 잡겠다. 보통 이를 통해 오는 경우 현생에 비관하여 목숨을 끊거나 괴담을 찾기 위하여 온 것인데, 바깥 세계를 넘어 환상향의 재사의 길에 도착하면 피안화가 잔뜩 보일 것이다. 심지어 피지도 않았는데 피안화의 냄새가 은은하게 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보통 이 냄새를 맡으면 목숨을 끊으려는 자도 살고자 하는 의지가 되살아난다. 이 시점부터 대개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려고 하는데 이러면 당신 뒤를 밟던 악랄한 요괴에게 사냥당하고 만다. 우선 가는 길을 그대로 10보 정도 가다가 얼마 안 가서 90도로 방향을 꺾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요괴가 당신이 무연총이라는 명계와 삼도천과 이어지는 곳까지 간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뛰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한 30보를 가면서 자신이 왔던 길과 다른 숲 속으로 향하는 길을 미리 봐둔다. 그리고는 마음을 먹고 그 길을 향해 전력질주를 한다. 생각보다 이렇게 해도 근래에는 요괴가 없는 경우도 많지만 있을 경우 그 요괴는 당신을 잡기 위해 쫓아올 것이다. 앞으로 들어갈 숲은 마법의 숲인데 약한 요괴의 경우 생각보다 마법의 숲도 다짜고짜 들어가지는 않기에 최대한 일직선으로 마법의 숲까지 달려간다.

 

 마법의 숲에 도착하면 점점 호흡이 무거워진다는 것을 느낄 것인데, 이는 마법의 숲의 짙은 버섯 포자들 때문이며, 이 때문에 환각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우선 여기서 할 일은 손수건이나 아무 천을 있는 액체로 적셔서 다소 호흡하기는 힘들어도 버섯 포자를 필터링하여 환각 증세를 어느 정도 완화시켜주는 임시 마스크를 만드는 것이다. 참고로 이미 질 좋은 마스크가 있다면 그것을 그대로 착용해도 된다. 이때 중요한 건 아무리 그래도 절대로 걷는 것을 멈추면 안된다. 요괴도 환각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느라 조금 주춤하는 것이지 여전히 당신을 노릴 것이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으면 이제 나무 귀퉁이 등에서 버섯을 채집한 흔적을 찾는다. 우리는 버섯을 채집하는 마법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절대로 숲에서 마법사가 보인다고 그를 따라가서는 안된다! 이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버섯의 환각 효과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기에 믿을 수 없다. 버섯을 채집한 흔적 같은 자잘한 것은 환각에 그나마 영향을 덜 받기에 이 흔적을 따라가면서 마법사의 거처까지 가야 한다. 집은 세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수풀에 뒤덮힌 깔끔하지 않은 집, 다른 하나는 깔끔하게 정돈된 푸른 지붕의 집, 나머지 하나는 아예 숲 밖에 있는 상점이다. 어느 집이든 일단 도착하면 적어도 쫓아오는 그 요괴로부터는 안전할 것이며, 여기서부터는 흑백의 의상을 입은 키리사메 마리사라는 마법사를 찾아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만약 그녀가 없다면 괜히 그 집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 보다는 잠시 집이나 부근에서 쉴 수 있도록 부탁을 하여 기다리는 것이 낫다. 예외로 하쿠레이의 신사에서 무녀로 활동하는 하쿠레이 레이무가 있긴 한데(원론상 이 무녀가 마법사보다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마법의 숲에 그렇게까지 자주 등장하지는 않기에 일단 이 지역에 사는 마법사에게 기대하는 것이 낫다. 보통은 당신의 도움을 수락하여 인간 마을까지 안내해줄 것이며, 거기서부터는 위에서 한번 서술한 대로 환상향을 떠나도록 도움을 받거나 마을에 정착할 수 있다.

 

<추가본 1>

 이 부분은 확실하지 않지만 근래에 환상들이한 남미계 주술사에게 제보받은 것인데, 이론상 자연을 기원으로 하는 요정들은 인간이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대화가 가능하기에 요정들에게 인간 마을이나 신사로 향하는 길을 묻거나 안내받는 것도 방법이라 한다. 단, 그렇다고 요정들을 너무 믿으면 위험한데 요정들의 악의가 문제가 아니라 요정들의 낮은 지능 때문에 엉뚱한 곳으로 안내해 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